화가 김점선 “이 나이 살아온 건 문학 덕분”
화가 김점선 “이 나이 살아온 건 문학 덕분”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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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나이까지 이렇게 아무렇게나 사는데도 안 맞아 죽고, 안 굶어 죽고 사는 게 다 어렸을 때 그렇게 무작정 문학을 읽었기 떄문이죠. 거기서 치유됐고 창조적인 문인들의 영혼이 흡수됐고 다 그 덕분이죠. 내가 예술가가 된 게 홍익대를 나와서 된 게 아니에요 다 문학에서 된 거죠. 문학의 힘이 얼마나 큰데... 화가도 만들고 그러잖아요"

직설화법의 주인공은 일명 ‘괴짜 화가’라고 불리는 김점선(59)씨다. 지난 7일 방송된 KBS1TV `TV책을 말하다` 장영희 교수 편의 패널로 출연해 자신의 독서열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림 외의 다른 직업은 가지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가난과 사투를 벌이며 오직 화가라는 이름으로만 평생을 살아왔다. 대개 방송 패널들이 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과 달리 자유로운 `복장`보다 더 자유로운 것은 바로 그의 `말`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그는 유명한 독서광이기도 하다. 이날 방송에서 장영희 교수는 "이렇게 다독을 하시고 문학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분은 만나 뵙기 힘들다"며 김점선을 극찬했다.

"심지어 음악도 모두 문학에서 나왔다“며 문학예찬론을 펼친 김점선이 낸 세권의 에세이 중 그녀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은 <나, 김점선>(깊은샘. 2004)이다. 가족, 친구, 성장기, 삶과 결혼에 대한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인간 김점선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한참 실험영화를 하러 돌아다닐 때 장발 단속에 걸린 김점선은 즉시 남자로 오인 받았다고 한다. 종로경찰서로 끌려간 김점선을 여자로 보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키 170cm 몸무게 60kg. 짧은 커트머리의 김점선은 서른이 넘어 결혼했다. 늘 ‘선택’은 자신이 해왔던 그는 청혼도 먼저 했다. 선배화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남편의 노래에 반한 김점선은 그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바로 저 사람이 나의 남편이다. 나는 저 사람과 결혼 한다”고 말했다.

결혼 후 4년간 목숨을 걸고 남편과 싸웠던 그의 불같은 성격과 반대로 남편은 싸움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성격이었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와 쉬지 않고 싸워왔던 그녀와 남편의 성격 차이를 묘사한 문장이 눈길을 끈다.

“나는 대부분의 내방객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으로 대한다.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는데 자꾸 누가 오겠다고 하고 어딜 가자고 한다. 그래서 나는 뚱한 채 전혀 집 안을 치우지 않은 상태에서, 내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손도 더러운 상태로 그냥 사람들과 얘기하는데 남편은 다르다. 그는 매일 세수하고 면도하고 머리 빗고 목욕하고 집안을 정돈하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리한다. 그는 옷을 단정히 입고 손님과 고분고분 얘기한다. 그래도 날더러 머리를 빗으라든지 옷을 바꿔 입으라든지 등의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는 거의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 내가 싸움을 걸어서 싸운 일 이외에는 싸우는 그를 본적이 없다” (본문 중)

김점선의 매력은 솔직함이다. 모두가 인위적으로 꾸미고, 바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동안 오히려 그녀는 ‘쉰다’. 방송에서도 글에서도 그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

자유로운 김점선은 예의 바른 사람이기도하다.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사람을 좋아하는 그녀는 사회자를 함께 나온 패널을 늘 존중한다. 작가의 작품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을 흠모해왔던 수많은 문학서작품속에서 살다가 죽어간 인물들을 열렬히 사랑한다.

4년간 컴퓨터로 그린 그림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그녀는 시대와, 사회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걸어온 진정한 자유인이다. 김점선은 KBS 1TV 문화지대의 ‘화가, 김점선이 간다’ 코너를 맡아 다양한 문화계 인물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림 = 김점선 作 `새벽산책`(좌)과 `마냥 자유롭다`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joycestudy)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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