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 뒷담화]② `칼의 노래` 기획 김수한 부장_<생각의 나무>
[BS 뒷담화]② `칼의 노래` 기획 김수한 부장_<생각의 나무>
  • 북데일리
  • 승인 2005.11.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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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를 만들어낸 출판사 ‘생각의 나무’

기획자 김수한 편집부장을 만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김훈의 시초는 <칼의 노래>였고, 그것은 출판사 ‘생각의 나무’ 의 뿌리이기도 했다. 2001년 태어난 <칼의 노래>는 같은 해 ‘동인 문학상’ 수상을 시작으로 본문의 “一揮掃蕩 血染山河”라는 말처럼 한국을 온통 ‘이순신’ 이라는 이름으로 물들이는 기염을 토해냈다.

김훈 문학은 이제 나 혹은 너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 되었다. 소설만이 아닌 에세이, 기행문, 김훈이 쏟아낸 모든 글에 독자들은 환호한다. 문장의 경직성과 되돌아봄을 반복해야 하는 이 주술의 문장들을 70만 독자가 읽어냈다.

우리는 김훈을 읽는다. 그리고 생각의 나무는 김훈을 ‘만든다’.

낙엽이 뒹구는 가을 오후. ‘칼의 노래’를 기획한 생각의 나무 김수한 편집부장(35)이 출판의 경위와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기자) ‘생각의 나무’라는 출판사의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김수한) 저희 박광성 사장님이 지으신 이름입니다. 사장님은 ‘해냄’ 출판사의 주간으로 일하시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김한길의 <여자의 남자> 등 ‘빅셀러’를 만들어낸 유능한 기획자이자 철학도이십니다. 그래서 ‘인식의 나무’라는 철학적 의미를 담아 ‘생각의 나무’라는 이름을 지으셨습니다. ‘생각하는 나무’인 ‘사람’과 ‘열매가 맺힌 나무’인 ‘출판’이라는 의미가 조합된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름을 지을 당시만 해도 우리 고유의 말로 된 출판사 이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저희 가족 모두가 자부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기자) 생각의 나무가 <칼의 노래>를 펴낸 것은 2001년이었습니다. 언론인 출신이었던 김훈의 소설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와 <칼의 노래>를 처음 보셨던 느낌이 궁금합니다.김수한) 김훈 선생님과 구체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99년 말, 한국일보에 연재되었던 여행에세이 <자전거 여행>을 펴내면서였습니다.

<칼의 노래>는 어느 사적인 자리에서 “20대 초반부터 이순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난중일기를 보면서 내 생과 삶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는 김훈 선생님의 지나가는 말씀에서 시작됐습니다. 그것을 저희 사장님께서 들으시고 김훈이라는 사람과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매치가 잘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셨고 빨리 작품을 써달라고 그때부터 저희가 계속 (웃음) 졸랐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20년 넘게 머릿속에 담아두셨던 내용을 3개월 만에 글로 써내셨습니다. 그런데 미흡하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원고를 안주려고 하셔서 사장님이 가셔서 (웃으며)뺏어 오다시피 하셨습니다. 직접 원고지에 쓰신 앞부분을 사장님께서 가지고 오셨는데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구부러진 글씨를 보면서 순간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 이것이 한국문학의 한 사건이 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자) <칼의 노래>가 베스트셀러가 된 계기는 2003년 노무현대통령의 TV추천과 전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칼럼서평이었습니다. 판매에 도화선을 당긴 이 두 가지 사건을 출판사는 어떻게 바라보았습니까.

김수한) 김훈 선생님의 문체가 쉽게 읽히지는 않는 문체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큰 반응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해 말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후광을 받았고 군대, 기업체등에서 문의가 늘고 판매가 서서히 늘기 시작했습니다. 명사와 작가들의 추천이 이어졌고, 결정적으로 TV에서 노무현대통령께서 책을 추천하셔서 판매부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70만부정도가 나갔습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방영이 되면서 집중적으로 홍보가 된 것도 효과가 컸고 이에 맞추어 저희도 발 빠르게 계속 홍보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기자) 책을 내신 당시의 에피소드나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김수한) (웃으면서)사실, 김훈 선생님이 처음 저희에게 주셨던 원고 제목은 ‘광화문 그 사내’였습니다. 한국정치와 경제의 정중앙이라고 할 수 있는 정중앙인 광화문에 우뚝서있는 이순신을 떠올리며 지으신 제목이었죠. 그러나 원고를 보고 ‘칼’이 제목에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칼의 노래’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선생님께 제안을 드렸고 선생님께서 승낙 하셨기 때문에 제목이 될 수 있었습니다

기자) 기획, 마케팅 부분의 어떤 전략을 갖고 계셨습니까?

김수한) 2001년에 책이 나온 후로 끊임없이 관리를 해온 것이 저희의 원칙이었습니다. 또, 독자관리, 이벤트, 마케팅, 기존에 책이 하지 않았던 버스광고도 했습니다. 김훈 선생님 자체의 매력이 많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사인회. 강연회를 열었고,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까지 방송되면서 멀티마케팅을 했습니다. <칼의 노래>같은 경우에는 책에 대한 애정이 나온 후에 더 강해진 사례입니다.

기자) 생각의 나무는 꾸준히 김훈의 차기작들을 단독으로 출판해왔습니다. 이제 `김훈` 하면 `생각의 나무`, `생각의 나무`하면 `김훈`이 떠오를 정도로 작가와 출판사와의 돈독한 끈이 엿보입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김수한) 해외작가들 같은 경우에는 전작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생각의 나무’는 브랜드가 격인 대표필자와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의 노래>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김훈 선생님께서 혼자 있는 것을 즐기시는 분이라 일본에서 작업을 하실 수 있게 해드렸고, 자전거 여행 같은 경우는 경기문화재단과 협조하여 <자전거 여행 2>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선생님 또한 저희를 믿어 주셨고, 그러한 신뢰의 관계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칼의 노래>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국민도서로 발돋움하기까지는 작품이 가진 분명한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수한) ‘김훈’이라는 기호가 가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웃으며)선생님은 굉장히 멋있는 사람입니다. 섬세하면서도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면이 공존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훈 선생님의 비관주의적인 혹은 허무주의적인 뉘앙스가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단문에다가 직설화법인 것 같은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단순히 지나가는 문장이 아니고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김훈 선생님의 이러한 문체는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기획자가 바라보는 작가 김훈은 어떤 사람입니까.

김수한) (웃으면서)‘훔치고 싶은 몸’의 소유자? 자전거 운동으로 연배에 맞지 않게 단련된 몸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죠. (웃음) 중년의 남성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와 섬세함을 갖고 있는 남자. 몸의 언어, 몸의 소리, 몸의 움직임, 몸의 풍경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사람.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 명확한 사람. 굉장히 견고한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순수한 사람. 어른과 아이가 섞여 있는 듯한 묘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50대에 접어들어 자신의 문체를 이렇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웃음)부럽기까지 합니다. 김훈이라는 작가는 분명 뒤늦은 발견이었고 앞으로도 큰 활약을 하실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기획자로서 자신만의 노하우나 원칙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김수한) 이일을 한지 올해로 6년째입니다. 앞으로 많이 배워나가야 할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기획은 예를 들어, 김훈 선생님이라고 하면 ‘김훈’이라는 기호와 연관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획들을 성사시키는 것입니다. 연결된 고리와 고리를 주목하는 작업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생각의 나무’의 가까운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김수한) 생각의 나무가 생긴지가 오는 12월1일로 만8년입니다. 짧은 연혁동안에 많은 활동을 했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출판사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문학, 인문서, 경제입문서, 과학 크게는 이렇게 네 분야에 집중해서 주목할만한 책들을 만들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생각의 나무’ 만이 가진 색깔이 드러나는 자신 있는 분야에서 더욱 좋은 책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출판사 앞마당에 솟아 있던 파릇한 잔풀과 투명한 창유리에 반사되던 강렬한 가을빛이 이순신의 열망과 갈등을 연상케 했다.

첫 열매 ‘칼의 노래’ 이후로 김훈은 꾸준히 ‘생각의 나무’를 위한 자양분을 만들어 주었고 ‘생각의 나무’는 그런 김훈의 그늘이 돼주었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생각의 나무’가 흘린 구슬땀과 작가에게 준 신뢰는 ‘김훈’이라는 ‘문학거목’을 이 땅에 탄생시키는데 일조했다. 김훈과 생각의 나무가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충무공의 탄생지 ‘생각의 나무’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사진 = ‘김훈 사진 제공 - 생각의 나무’)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e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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