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를 주목한 사람은 송용진 씨다. 그는 저서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두리미디어. 2005)의 뒤편에 부록 형식으로 궁궐 안에 자리한 나무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궁궐의 나무에 대해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린 인물이 있다. 한국목재공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박상진 박사다.
박 박사는 오랜 기간 목질문화재의 재질연구에 매진해 온 나무 전문가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관재, 고선박재, 주요 사찰 건축재, 출토목질유물 등의 재질을 조사해 문화재 분석과 과학의 결합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01)는 이런 그의 대표작이다. 여기서 그는 궁궐에서 볼 수 있는 나무 250여종을 약 400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소개한다. 이 책에 비하면 송 씨의 부록은 그야말로 맛배기에 불과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저자는 우리 나무를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장소로 궁궐만한 곳이 없다고 전한다. 수목원이나 식물원에 비해 쉽게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속이 부실하지도 않다. 그는 “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나무를 심고 정성들여 가꾸었다“며 ”우리나라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대부분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 도심 한복판의 궁궐“이라고 말한다.
책은 총 5개 궁궐을 살핀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경운궁(덕수궁) 등이다. 저자는 여기에 자리한 나무들의 전설, 이름의 유래, 시인들의 시에 등장하는 나무와 그 관련 구절 등을 알려준다. 또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서에 나오는 나무 이야기와 목질문화재, 우리 나무의 생태 등을 꼼꼼히 짚어준다.
이런 저자의 안내를 받은 후 다시 궁궐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 색다른 궁궐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