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1세기판 시집살이...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대혼란’
[신간] 21세기판 시집살이...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대혼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9.04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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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육아> 백서우 지음 | 김도영 그림 | 첫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육아서가 넘쳐난다. 무수한 육아서를 거칠게 세 부류로 나누자면, ‘전문가의 정보제공용, 일반인의 체험수기용, 육아 경험자의 걸출한 입담이 곁들여진 효자손’ 정도 되겠다.

<삼대육아>(첫눈.2016)는 마지막쯤 자리한다. 걸출한 입담이 곁들여진 육아 경험자가 육아에 찌든 엄마들의 속을 낱낱이 이해하는 ‘효자손’ 노릇을 하는 책이다. 이를테면 ‘21세기 시집살이’라는 장에서 오늘날 시집살이를 정의한 대목은 이 시대 며느리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스레 긁어준다.

‘오늘날의 시집살이는 고대와 현대의 개념이 혼재하고 있다. 바야흐로 남녀차별 가치관의 나일론 시대다. 어머님 세대의 남녀관은 대단히 독특하다. 여자도 경제력이 있어야 하지만, 집안일은 안사람이 도맡아서 했으면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다는 걸 잘 알면서도 아들을 생각하면 며느리도 함께 돈을 벌었으면 하신다. 그러나 반대로 며느리의 경제 활동은 어디까지나 부수입을 버는 정도로 집안일이 우선이며, 가장의 권위도 유지돼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122쪽) 중에서

이래서 일하는 며느리들은 퇴근 후에도 앉을 틈이 없나 보다. 합가해 육아에 도움을 받는 며느리라면 주말에 늦잠 자는 건 웬만큼 간이 크지 않고서야 실행하기 어렵다. 저자도 같은 처지로 남편은 일요일 11시까지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본인은 주방을 사수해야 한다. 아이들이 아빠라도 찾으려 들면 “아빠 자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어머님의 호통이 날아든다.

게다가 합가 후부터 명절에 친정에 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억울하지 않을까. 대단하게도 저자는 다소 억울하지만,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이 21세기판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하지만 냉정을 되찾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어머님을 원망하는 일은 부질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어머님이 나빠서가 아니라 혼돈의 시대를 지나오신 탓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또 평생 손이 닳도록 자식 뒤를 닦아주시고 늙어서까지 손자 뒷바라지에 뼈가 시린 할머니들에게 달라진 세월을 이유로 팍팍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잔인한 일이라는 통찰에 이른다.

시월드에 입성하면서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맞이하는 요즘 며느리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 딸로 살면서도 공평한 대우를 받으며 자란, 성별만 여성인 한 인간이 결혼과 동시에 불공평한 경험을 난생처음 경험하니 말이다. 이를테면 같이 먹고 나만 설거지하는 그런 상황.

그런데도 저자는 요즘 육아경험서가 ‘아이 중심의 삶’을 그려낸 데 반해 아이와 함께 삼대가 함께 살아가며 겪는 좌충우돌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어머니 세대의 잡힐 듯 잡히지 않은 희생이 오롯이 담겼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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