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자전거로 떠나는 세상여행
[책vs책] 자전거로 떠나는 세상여행
  • 신기수 책전문기자
  • 승인 2008.06.1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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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세상을 보는 눈"


[북데일리]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일까. 최근 출판시장에서 여행서들의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전거여행과 관련한 책이 눈에 많이 띤다. 오늘 소개할 두 책은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부부 여행가는 한국을, 다른 한 사람은 미국 횡단을 선택했다.


먼저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북노마드. 2008). 이 책은 부부 여행 작가 최미선와 신석교의 45일 간의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기를 담고 있다. 자전거 생초보인 아내와 유난히 길눈이 어두운 길치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전국 해안일주에 나섰다.

서울을 출발해 강화, 인천 차이나타운, 안면도 자연휴양림, 서천 마량 포구, 영광 법성포, 해남 땅 끝 마을, 완도읍, 통영, 삼척, 경포대, 홍천을 지나 다시 서울까지….

자동차로 다니면 볼 수 없는 이 땅의 아름다움과 자전거를 통해 얻게 된 삶의 여유와 풍성함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아침에 여수시 학동에 있는 모텔에서 낑낑대며 자전거를 끌고 나오니 주인아주머니가 "어디서 왔소?" 또 묻는다. 서울이라니 주인아줌마, 역시나 눈이 휘둥그레진다.
"참말이여?" (참말이고 말고요)
"워메, 신문에 날 일이네." (뭐 이런 걸 가지고 신문씩이나…)
"서울 갈 때도 자전거 타고 가남?" (당근이죠)
"안 될 말이여, 못 써. 갈 땐 기차에 싣고 가소."
문 앞까지 나와 배웅을 하시며 "몸이 되니 기차에 싣고 가소" 신신당부를 한다. 그저 하룻밤 자고 가는 손님에게 이렇듯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시니 그것도 눈물 나게 고맙다.
- 본문 중

저자는 2003년 다니던 언론사를 그만두고 오직 여행으로 인생의 남은 시간을 채우겠다고 다짐한 부부 여행 작가다. 국내는 물론이요 네팔, 프라하, 쿠바, 산티아고, 스페인 등 세계 각지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접하는 이 땅의 산하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덤이다. 자전거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삶의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는 사람부터 자신들의 뜨끈한 방을 기꺼이 내주던 노부부, 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묵묵히 미역을 건져내며 노동의 참된 가치를 일깨워준 할머니, 여행길에 몸보신하라며 값비싼 대게를 듬뿍 넣어주던 할머니 등이다.

여행이 늘 즐거울 수는 없는 법. 독자에겐 재미있는 에피소드지만, 그걸 체험해야 했던 필자들에겐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 여행 도중 화장실이 급해 주유소 화장실을 찾았다가 거절당했던 일,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를 위반했던 운전자와 대판 싸운 일, 여관과 버스에 자전거를 싣다가 눈칫밥을 먹었던 일 등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야 말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자전거로 이 땅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안 두 사람은 자동차로 다니는 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이 땅의 아름다움과 조우했다. 고요하고 적막한 들판, 몽글몽글 구름이 피어 있는 하늘, 구름 속에서 점점 붉어지는 예쁜 노을, 그리고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소한 인생살이는 자전거 여행이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여행 전문가답게 그들이 전하는 여행 정보는 직접 자전거 여행 체험을 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유용할 법하다. 각 지역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는 물론 맛집과 숙소, 주행 코스와 도로 상황 등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일간지 사진기자로 현장을 누비던 남편 신석교의 앵글이 담아낸 자연과 사람 풍경이 일품이다.

다음은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한겨레출판. 2007).


“펑크는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 본문 중

2005년 5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홍은택씨의 이야기.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린 내용을 담고 있다.

초반에는 여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번역을 했다. 걷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것이 더 느리기도 했고, 빗줄기를 헤치며 1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지도를 보면서 가다가도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였고,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고개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하고, 길을 잘못 알려준 라이더를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면서 미국의 생활과 문화, 사람들을 만난다. 책은 미국 횡단 길에서 만난 수많은 라이더들과 미국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함께 담고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라이더들이 길을 잘 갈 수 있게 숙소를 빌려주고 도와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욕하는 자동차 운전수들, 동양인이라는 것만으로 경계를 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저자는 로키 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 다르다. 미국을 횡단하는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내 자신을 보고자 했다.”

엄청난 무게의 짐으로 여행을 시작한 그는, 계속 짐들을 줄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여행이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낼 뿐 아니라 필요한 것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짐이 줄어들수록 몸무게도 줄고, 배도 홀쭉해졌다.

저자는 주행 연습 중에 힘줄을 뚫고 왼쪽 쇄골이 뛰어나오기도 하고,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이 끝난 뒤 뭘 할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럽기도 했다고 말한다. 왜 자전거로 횡단하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그냥 좋기 때문에,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그. 자전거 한 대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지는 자유주의자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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