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주 한잔 합시다` 유용주 아니면 안돼?
`쏘주 한잔 합시다` 유용주 아니면 안돼?
  • 북데일리
  • 승인 2005.11.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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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혹은 소설가 유용주(45)의 새 산문집 <쏘주 한잔 합시다>(큰나. 2005)가 한국출판인회의 11월 첫째주 베스트셀러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통계는 교보문고를 비롯 YES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11곳의 도서판매 부수에 근거해 집계한 수치로 그동안 소설이나 경영-자기계발 서적이 점령하던 베스트셀러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솔)가 MBC 오락프로그램 `느낌표` 선정도서로 베스트셀러가 된 후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유용주는 인기여세를 몰아 6일 오후 부산 영광도서 행사장에서는 `팬사인회`까지 열었다.

소주 아닌 `쏘주`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 술이라면 `쏘주 한잔 합시다`라는 제목의 글과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유용주였던가 보다. 출판사 `큰나`(백년글사랑, 시와시학사)는 2년전 기획한 이 제목으로 상표등록을 출원해 놓고 마땅한 작가를 찾다가 유용주를 만나 쾌재를 불렀다. 물론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유용주는 2년동안 출판사를 애태운 끝에 총16편의 산문을 건넸다

2000년 들어서 자신의 작품이 인기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스타작가로 출세한 `유용주의 시대`라고 하면 본인도 쑥쓰러울 테지만 중학1년을 중퇴하고 빵공장 노동자, 구두닦이, 중국집 배달원, 우유배달부, 벽돌공, 목수까지 지내면서 이미 `체험, 삶의 현장`을 겪어본 터라 정작 본인은 담담하진 않았을런지.

<쏘주 한잔 합시다>는 시인으로 살아 있으면서 가진 만남과 이별의 감정을 `쏘주`처럼 털어넣었다. 작가에게 노동일을 가르쳐 준 `스승 김인문`을 원래 대로 다시 땅에 `심고` 부르는 노래는 언뜻 비추는 눈물로 짭짤한 맛이 난다.

나른한 / 아득한 봄날 / 우리는 양지바른 곳을 골라 그를 심었다 / 언젠가 우리가 1층이나 2층 슬라브에서 / 아님 고층아파트 옥탑 아슬아슬 / 생의 곡예를 / 땀의 묘기를 보여주고 있을 때 / 그 다시 진달래로 / 그 다시 개나리로 / 그 다시 민들레로 / 피어나길 간절히 바라면서 / 뜨뜻미지근 우리들 일그러진 막노동 생애를 / 소주처럼 털어 넣었다 / 그는 우리들에게 못 박는 법을 알려주었지 / 거푸집을 구축하는 법 / 철삿줄을 알맞게 조이는 법 / 수평과 수직을 정확하게 보는 법 / 해체작업을 쉽게 하는 법 / 무엇보다 사람 좋아하고 사랑하는 법 / 평생을 막노동판에서 일하다 결국 / 그 무대에서 쓰러진 행복 불행한 사람, / 나른한 / 아득한 봄날 / 추운 겨울 파카 속 우는 듯한 사진을 / 우리들의 마음 깊이 다시 한 번 비벼 넣으며 / 해미 홍천리 고향 뒷산에 / 다독다독 그를 심었다 / 해마다 씀바귀로 / 해마다 냉이 달래 / 해마다 다북쑥으로 / 다시 돋아나라고 / 그의 딱딱한 흙가슴을 열고 / 맑은 소주 한 잔을 / 고루고루 뿌려주었다 - `스승 김인권`

지난 4월15일 부산항에서 유용주는 시인 박남준 안상학, 소설가 한창훈과 함께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두바이까지 17일간 1만2000km의 바닷길 체험에 올랐다. 22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 하이웨이호에서 유용주 일행은 제주해∼동지나해∼남지나해∼말라카해협∼인도양∼아라비아해를 거쳐 `마도로스의 삶`을 살았다. 이 항해일지는 `아름다운 것은 독한 벱이여-17일간의 승선 일기`라는 제목으로 책에 소개됐다.

유용주는 "이 산문집은 과거를 기억하고, 상처를 잊지 않고 반성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안간힘과 안타까움과 문득문득 편해지려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북데일리 원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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