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천재성으로 빛났던 그들
광기와 천재성으로 빛났던 그들
  • 이동환
  • 승인 2008.05.1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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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어떤 부분에 특출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과연 다른 측면에서는 부족할까? 그렇다면 세상은 공평할 텐데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평균적인 감각능력을 가지고 있고, 평균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런데 일부의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능력을 부여했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프랑스 작가 마르셀 푸루스트는 “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은 신경증 환자에 의해 창조된다”고 말했다. 모든 위대한 것을 신경증환자가 만들어 냈다는 것은 물론 과장이겠지만,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 좋은 작품을 남긴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술가를 이야기하면 아마 버지니아 울프를 꼽을 수 있다.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이고, 위대한 작품 남긴 그녀가 특히나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잘 알려져 있다. 물론 그녀의 작품을 직접 접해서 그녀를 잘 아는 경우도 많지만,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의 역할도 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이 아주 잘 써지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런 경우를 ‘다산의 질병’이라고 말했는데, 그 순간이 바로 ‘끓어오르는 광기’에 사로잡힌 순간이라고 했다. 즉 그녀의 작품은 광기에서 품어져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신적 불안정상태가 놀라운 창조능력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에게 주어진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는 유전적인 부분도 있었다. 울프의 가계는 4대에 걸쳐 정신병 내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어린 시절 이복 오빠로부터 당한 성폭행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도 있었고, 어머니와의 온전치 못한 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평생토록 정신병과 싸움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글을 쓴다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끝내 울프는 정신질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평생 억압하고 있던 정신병에 굴복하고 만다. 강물에 몸을 던지고 만다.

이번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야기를 해보자. 헤밍웨이하면 정말 남성다운 멋진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살아있을 때 최고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으며, 또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밍웨이도 각종 정신병에 시달렸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의 자살방법 조차 그의 마초적인 삶과 일맥상통하는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울프와 마찬가지로 헤밍웨이의 정신병력은 유전적인 영향이 컸다. 헤밍웨이의 가계는 5대에 걸쳐 자살을 했다. 헤밍웨이의 광기는 당사자의 삶에는 큰 아픔이었지만, 우리들에게는 그의 광기를 통해 남겨진 위대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이 책 <신이 내린 광기>(시그마북스. 2008)에는 정신병에 시달리면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10명의 천재가 수록되어 있다. 위대서 말한 울프와 헤밍웨이 외에도, 배우인 마릴린 먼로, 미술가인 마크 로스코, 음악가 찰스 밍거스 등 총 10명을 수록하고 있다.

10번째 소개된 사람은 비치 보이스의 리더였던 브라이언 윌슨이다. 윌슨은 이 책이 나오는 10명의 주인공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병을 극복한 행복한 사례였다.

저자인 제프리 A. 코틀러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상담학과 교수로 있으며, 30년 이상을 상담전문가와 치료사로 활동한 사람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풍부한 예술적인 능력을 발휘했던 위대한 예술가의 삶을 조명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학문과 실무상담사례에기초한 것으로 생각 된다.

마지막으로 광기와 천재적인 능력과의 연관 관계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들어보자.

“광기를 소유한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어떤 자원이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상상 속에서의 삶, 자유롭게 떠오르는 아이디어, 현실에 대한 왜곡, 기분장애와 관련한 예민한 감각들을 통해 아주 독특한 세계관을 발전시킨다.”(25쪽)

[이동환 책전문기자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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