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故 장영희 교수의 '다시 시작하기'... 아무 잘못 없이 실패한 이들에게 바치는 글
[화이팅 뉴스] 故 장영희 교수의 '다시 시작하기'... 아무 잘못 없이 실패한 이들에게 바치는 글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8.02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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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그 일이 나의 실수가 아닌 누군가의 고의로 쓴 맛을 보아야 한다면 고통은 더욱 크다.

고 장영희 교수. 그녀는 영문학자, 번역가, 대학교수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수필가로 더 친근하다. 돌 전에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목발에 의지하며 걸어야 했던 그녀가 삶을 천천히 보며 쓴 글이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글 중에 '다시 시작하기'라는 글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1984년 여름, 그녀는 미국에 있는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6년의 유학 생활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위 논문 심사만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꿈에 부풀었다.

기숙사에 있는 짐을 모두 정리했다. 완성된 논문이 있었기에 논문의 초고도 미련없이 버렸다. 그리고 꼭 필요한 짐만 담긴 트렁크 하나만 들고 언니 집에 머물다 올 계획이었다. 언니 집에 방문하니 언니는 한국으로 떠나고 없었다. 뉴욕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마침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친구차에 그녀의 트렁크를 실어 놓았다. 친구 집에서 잠깐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도 무심하지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도둑이 친구 차에 실려 있던 그녀의 가방을 통째로 가져가버렸다. 2년 동안 준비하고 완성한 논문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내 논문, 내 논문..."

그녀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겨우 기숙사로 다시 돌아왔다. 8월 중순이라 푹푹 찌는 날씨였다. 커텐을 치고 5일 간을 넋이 나간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목발을 짚고 그 무거운 가방을 메고 도서관을 다니고,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꼼짝 않고 책을 읽으며 지새웠던 시간들이 허무했다. 그렇게 5일 째 되던 날, 내면에서 깊은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껏해야 논문인데 뭐. 그래, 살아 있잖아."

1년 후, 그녀는 논문을 완성했다. 그녀는 실패와 좌절을 안고 다시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아픈 경험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한다.

"인생이 짧다지만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1년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장영희 교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샘터. 2009)에 실린 글이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찡하고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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