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팍팍한 노가다 현장, 마음까지 각박하지 않아... 다친 동료의 일당 마련 위해 일 떠맡은 청년
[화이팅 뉴스] 팍팍한 노가다 현장, 마음까지 각박하지 않아... 다친 동료의 일당 마련 위해 일 떠맡은 청년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7.26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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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남의 일에 참견했다가 자칫 오지랖 넓다는 욕을 먹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남의 어려운 일 앞에서도 나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도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리게 이야기가 있다.

30여 년 전, 스물한 살 청년이 일당 5만원에 아저씨 두 명과 건물 폐자재를 철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침참과 점심시간의 중간쯤이었다. 한 아저씨가 폐자재에 박힌 못을 밟는 사고가 났다. 못이 발바닥 깊이 박혔다.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아저씨는 반나절 일당이라도 받기 위해 고통을 참고 일을 했다. 일명 '노가다'라는 일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다친 아저씨는 절뚝 거리면서 현장소장에게 조퇴한다고 말했다. 소장은 싫은 소리를 했다. 중간에 사람이 빠지면 현장 일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지은 죄도 없이 굽신거렸다. 청년은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불쑥 이렇게 말했다. "다 해놓고 갈께요.” 청년의 한 마디에 다친 아저씨는 반나절 일하고 하루 일당을 받아 갔다.

점심 식사 후, 1시간씩 주어지는 휴식을 반납했다. 대충 담배 한 대 피우고 일을 슬슬 작했다. 남은 아저씨도 같이 일을 시작했다. 건설 현장에서 휴식시간을 포기한다는 것은 늘 드문 일이었다.

청년은 쉴틈 없이 일했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했다. 그래야 하루 일을 마칠 수 있고 일을 더 하게 된 남은 아저씨에게도 덜 미안했기 때문이다. 청년과 아저씨는 쉬지 않고 나무들을 치우고 합판을 뜯어냈다. 해가 질무렵 정확하게 일을 끝냈다. 세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해냈다.

몸이 고생하는게 낫지 마음 고생은 못하겠다고 했던가. 청년은 아저씨의 몫까지 일하느라 몸은 녹초가 되었겠지만 마음만은 가벼웠을것이다. 아무리 세상 인심이 각박해져도 청년처럼 다른 이의 어려움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존재할 것이다.  

이 이야기의 청년은 <나는 언제나 술래>(헤르츠 나인. 2016)의 저자 박명균이다. 그는 어느 새, 오십을 넘은 아저씨가 되었고 과자장수를 하면서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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