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쌤의논술돕는책] 글쓰기, 연애편지처럼 써라!
[신쌤의논술돕는책] 글쓰기, 연애편지처럼 써라!
  • 북데일리
  • 승인 2008.05.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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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연애는 어떤가? 카사노바가 아닌 이상 연애가 쉬울 수는 없다. 하지만 연애가 어렵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종족 보존의 차원에서 어려워도 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살아남으려면 어려워도 써야 한다. 사실 글쓰기와 연애는 비슷한 점이 참 많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설명하기는 쉽지 않고 가까워지려고 정말 애를 쓰는데 그럴수록 멀어지는 느낌 같은 게 말이다. 그럴 때는 단순하게 사랑한다고 표현하면 되는 것처럼 진짜 좋은 글쓰기는 기교나 화려한 수사보다 솔직한 자신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고로 연애편지 잘 쓰는 학생들이 논술 시험 성적도 좋다고 했다.

오늘 소개할 <글쓰기 생각쓰기>(돌배게. 2008)이란 책이 내린 결론이 그렇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 진서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 기자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예일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쳤으며 지금도 컬럼비아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배움의 글쓰기’ 등 17권의 책을 썼고 이 책은 76년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100만 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기능이지, 예술이 아니라고 한다. 재능보다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매일 쓰는 양을 정해 놓고 엄격히 지킨다면 사실 어느 정도 수준에는 누구나 다 오를 수 있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으니 계속해서 고쳐 쓰기를 시도한다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것.

사실 문학적인 글은 어느 정도 재능에 좌우되지만 실용적인 글들은 그의 말이 맞다. 이 책은 여행기, 인터뷰, 회고록, 비즈니스 글쓰기, 비평, 유머 등 크게 논픽션이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는 실용적인 글쓰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1부에서는 좋은 글쓰기의 원칙을 말해주고 있고 2부에서는 글쓰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3부에서는 여러 가지 형식의 글쓰기 방법, 4부에서는 글을 쓰는 자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어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한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선배 작가들의 글을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자신의 글쓰기 이론을 증명한다. 미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사례로 들기 때문에 그 문장이 왜 좋은지 그렇게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방점을 찍고 있는 원칙들에선 우리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보편성이 있다. 고갱이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좋은 글을 적극적으로 모방하자. 모방은 예술이나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창조적 과정의 일부다. 좋은 글을 소리 내어서 읽고 작가의 감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그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둘째, 글을 간결하고 간소하게 쓰자. 예를 들면 ‘그녀의 개인적인 감정’ 같은 표현에서 개인적인 같은 수식어를 절제하자. 수사에 신경 쓰다 논증이 버성겨질 수 있고 표현은 화려해질지 몰라도 글이 난삽해지기 쉽다.

셋째, 자료 모으기에 정성을 다하자. 읽기와 쓰기의 이상적인 비율이 100대 1이라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주장처럼 그는 언제나 써야할 것보다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치바나처럼 될 수 없으니 처음에는 내가 쓰고 싶은 주제만 쓰자. 주제에 대한 열정은 글쓰기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충동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넷째, 서론-본론-결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론이다. 도입부는 독자를 붙잡아 계속 읽게 만들어야 한다. 참신함, 진기함, 역설, 유머, 놀라움, 비범한 아이디어, 흥미로운 사실, 질문으로 독자를 유혹해야 한다. 독자의 옆구리를 찌르고 소매를 끌어당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단다.

그는 문체를 강조하는 스타일리스트에 가깝다. 스타일이란 글을 쓰면서 익히는 측면도 있지만 좋은 글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측면도 크다. 나만의 참신한 문체를 갖추기 위해 그는 글의 목소리를 듣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자신감과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의 글을 써나가면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것이 바로 글쓰기의 매력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워드 프로세서, 인터넷 등의 등장으로 글 쓰는 환경은 좋아졌지만 그에 따라 글 잘 쓰는 사람은 더욱 잘 쓰고 못 쓰는 사람은 더욱 못 쓰게 되는 글쓰기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적극 동의한다. 논술문을 잘 쓰는 친구들은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잘 쓸 친구들이고 못 쓰는 학생들은 학원에 다녀도 좀처럼 나지지 않는다. 그런데 논술 학원에 주로 다니는 학생들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다. 이 아이러니는 논술 학원들이 붕어빵 논술이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이유인 동시에 수능이나 내신 학원처럼 큰돈을 벌지 못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칼럼니스트 신진상 sailorss@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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