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비빔밥 같았던 `내 인생의 책`
신선한 비빔밥 같았던 `내 인생의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8.04.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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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대학생 독서진흥을 위해 북데일리는 숭실대의 `독서후기클럽`을 적극 후원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준 뒤 서평을 쓰게 하는 독서후기클럽엔 1회, 100여명의 신청자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대학생들에게 학창시절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이 운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여섯 번 째 책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에 대한 문영란 양의 서평(우수)입니다.-편집자

나는 유난히도 장수가 많은 책을 좋아한다. 적절한 두께(물론, 내 기준에서)의 이 책을 손에 넣었을 때 그 만족감이란, 따끈한 양념치킨 한 마리를 사들고 돌진한 구멍가게에서 마지막 남은 캔 맥주를 집어 들었을 때의 그 흡족함에 비견할 만 하달까. 급한 마음에 책을 받고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며 첫 장을 넘겼다.

‘책머리에’ 저자들은 이 책을 당신들의 오랜 꿈의 실현이라고 단언하고 있었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이야기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전율이 온다. 그리고 끄트머리에 이런 말을 잊지 않는다. 변화를 창조하는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반추의 시간이 삶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결합할 때 책을 통한 진정한 성장이 가능한 것이라고. 무섭다. 모든 것은 스스로에 달렸다는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진리를 지적했기 때문에. 기선 제압을 당했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이 책에는 내가 이미 읽은 바 있는 책과,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책들이 소개되어있다. 물론 솔직히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책들도 소개 된다. 하지만 대단한 명성을 얻고 있는 명사들이 자신들의 성공과 결부시켜 소개 하는 책들이라 그런지, 평소 같았으면 눈길 한번 주지 않았을 책도 ‘이 기회에 독서 체질 개선을 좀 해볼까나‘하고 ‘올해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슬며시 끼워 넣게 된다.

이 책은 여느 자기계발서나 예컨대 ‘장정일의 공부‘처럼 한 장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과는 달리 인문, 문학, 경영 등에 이르기 까지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신선한 야채들이 잘 버무려진 영양 만점 비빔밥을 먹은 듯 기분 좋은 포만감이 밀려온다. 그런 만큼 비빔밥 먹듯 천천히 꼭꼭 씹어 삼켜야 체하지 않는다.

여기에 소개 된 많은 책들 중에는 내가 읽은 책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에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이베이 최고운영책임자 메이너드 웹(Maynard Webb)이나 동기부여 연설가이자 CEO인 리사 니콜스(Lisa nichols)에게처럼 놀라울 만한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은 걸까. 왜 내게는 그들에게처럼 성공을 위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은 걸까 따위의 질투 섞인 물음이 마구 쏟아졌다.

처음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랬다. 책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는 가 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어떤 사람에겐 인생을 바꾼 한권의 책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그저 수많은 책 중의 한권 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너무 운명론 적이고, 억울하기도 해서 다시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뭔가 놓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읽었던 책을 소개한 명사들의 글만 발췌해서 읽었다. 그들과 나의 태도를 비교해가며 읽으면 위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책을 덮을 때도 잘 모르겠다. 세 번째로 책을 덮을 때 비로소 ‘아~’소리가 가슴에 쌓였던 답답함과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 첫 번째는 ‘자기성숙에 대한 모색’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고민한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는 없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는 없는가. 그리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모색의 시간은 자칫 방황의 시간이 되어 무의미하게 지나갈 위험이 있다. 이런 위태한 시기에 독서를 택함으로써 주인공들은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과연 나는 자아실현을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며 얼마의 시간과 공을 들여 공부하고 있을까. 나를 비롯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진지하게 공부에 임하는 때는 단 두 번뿐이 아닌가 싶다. 대학입시 때와 취업 때.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떠한지. 매사에 주저 없이 책에 손을 뻗는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스승을 두고 방황으로 모색하는 나, 이제는 좀 달라져야겠다. 두 번째는 바로 ‘행동’이다. 그들은 고민이 있으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깨달은 바대로 어떤 일을 추진하거나,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감명 깊은 구절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그’책의 저자를 만나기 위한 진(陳)을 치거나 하여튼 그들은 움직였다.

책은 누구나 읽는다. 깨달음도 누구나 얻는다. 누구에게나 의지도 생긴다. 그러나 그 후엔? 책 한권을 다 읽었다는 만족감에 기분 좋게 잠을 청한다. 의지와 깨달음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하면 더 나은 내일은 결코 없다. 그것에 행동이라는 물리적인 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성공이라는 녀석을 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나눔’이다. 동료 수감자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거나, 해양에 대한 책을 읽고 해양 아티스트가 되어 그림을 통해 해양 생태계 보호에 앞장선다거나, 빈민가의 아이들을 좋은 시민이 되도록 가르치는 일을 신념을 가지고 실천한다거나 여러 가지 형태로 주인공들은 열심히 나눈다.

요즘 ‘어느 고아원에 1억을 기부한 천사 누구’ 이런 기분 좋은 기사가 심심찮게 나지만 고아원 아이들에게 새 옷과 고기반찬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철거지역주민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1년여를 함께 지낸 그 아이들은 비싼 간식을 주는 것 보다 30분을 더 함께 있어 주는 것을, 자장면 한 그릇보다 애정이 담긴 편지 한 장을 아이들은 더 좋아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그런 거창한 나눔에 정작 가장 근본적인 것이 빠져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주인공들은 단기적인 나눔이 아니라 장기적인 나눔을 위해 넓은 맥락에서의 옳은 일을 한다.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겐 세계를 움직이는 명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요는 이렇다. 그들의 인생을 바꾼 것은 한권의 책이 아니라 바로 그들 자신이었다는 것. 그들은 끊임없이 자문하고, 행동하고, 나누며 절망의 순간엔 책에서 구원의 손길을 찾으며 스스로를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렇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그들의 삶은 번개 치듯 반짝 순식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을 근성과 방황의 길목에서 책을 집어 드는 현명함이 몸에 배일 때까지 겸손한 태도로 그들의 삶을 모방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영란(숭실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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