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길을 묻지 않는 남자의 심리 알고 보니 ‘두려움’
[책속에 이런일이] 길을 묻지 않는 남자의 심리 알고 보니 ‘두려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08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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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지음 | 최신엽 그림 | 한빛비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남자들은 애인 앞이면 모르는 길인데도 절대로 길을 묻지 않는다. 헤매더라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심리일까. 혹자는 이런 행동을 잘난 남자의 자존심 탓으로 생각한다. 정말 궁금하다. 남자들은 왜 길을 묻지 않고 차라리 헤매는 걸 선택할까.

알고 보니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일단 남자가 길을 묻겠다고 다가서면 여자들은 경계부터 하고 본다. 친절한 아줌마들을 만나도 설명에 두서가 없다. 묻긴 물어도 듣긴 어려운 상황. 남자한테 묻긴 더 어렵다. 남자가 길을 묻겠다고 다가서면 남자들은 짜증부터 내서다. 친절하지도 않다. 심지어 친절을 가장한 우월감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한빛비즈.2016)의 저자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남자는 정작 길을 묻고 싶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저자에 따르면 남자들에게 길을 묻는다는 행위는 상대방한테 한 수 접고 도움을 청한다는 뜻이다. 도움을 주는 쪽이 강자라서다.

또한 서식지와 영역의 문제가 얽혀있다. 인간 남자들도 동물들처럼 영역 표시를 하는데 그 방법은 돈이다. 현대사회에서 어디에 가 봤다는 사실은 그곳에서 돈을 써 봤다는 뜻이고 영역 표시를 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길을 몰라 헤맨다는 건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다. 길을 모른다는 건 길만 모른다는 게 아니다.

그런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표시들도 있다. 와인바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수많은 종류의 와인과 메뉴들 가운데 단번에 하나를 선택했다면 길을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로 그곳에 와 봤다는 뜻이자 눈에 보이지 않은 영역 표시다.

이런 심리는 남자들의 본능과도 맞닿아 있다. 무리에서 리더가 되려면 뛰어난 방향감각을 장착해야 하고 요건을 갖춘 사람만 리더가 된다. 리더가 된 남자는 자신이 선두에 섰을 때 길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저자는 현대 남자들이 거리에서 길을 묻지 않는 이유는 길을 잃을까 두려운 불안에서 야기된 강박이라 말한다.

길을 묻지 않는 남자의 속사정이다. 오늘도 열심히 길을 헤매고 있는 남자들 곁에 있다면 참고하자. 그들을 지금 두려운 상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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