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광과 8광` 화투패를 쥐고 세상 뜬 남자
`3광과 8광` 화투패를 쥐고 세상 뜬 남자
  • 북데일리
  • 승인 2005.10.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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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는 누가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 살을 뚫고 아프게 돋아나는 것”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이 <고맙다, 사랑한다>(랜덤하우스중앙. 2005)를 읽은 소감이다.

책을 여는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린 소년이다. 소년이 기다리던 여동생은 태어나자마자 혼수상태가 되고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동생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순간 기적처럼 아기의 맥박은 뛰기 시작한다. 그 노래는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10달 동안 들었던 노래였던 것이다. 사랑이 기적을 부른 일화다.

책은 허무한 삶의 끝자락도 지켜본다. 새벽 응급실에 실려 온 한 남자가 있었다. 이미 남자의 맥박은 끊어져 있었다. 함께 병원을 찾았던 친구들 중 한 친구는 남자가 앉아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의사는 손을 꼭 쥔 남자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남자의 손을 펴보니 3광과 8광. 두 장의 화투가 쥐어져 있었다.

화투를 치고 있던 친구들 사이에서 돈을 잃던 남자는 손에 쥐게 된 두장의 3광과 8광을 보자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을 남자가 죽은 이유는 허무했다. 가장이 손에 쥐어야 했던 것은 화투가 아니라 가족의 따뜻한 손이 었다.

저자는 “그가 조금 일찍 화투를 놓고 조금 일찍 집으로 귀가하여 사랑하는 가족의 손을 붙잡았다면 화투 두장을 들고 인생을 마감하는 황당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다.

2004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으로 독자들에게 사랑을 전했던 저자 김홍식 씨는 다시 한번 가슴이 따뜻해지는 52편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정화와 평안을 선물한다.

[북데일리 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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