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의 10만 양병설 알고보니 허구?
이이의 10만 양병설 알고보니 허구?
  • 북데일리
  • 승인 2008.04.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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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의 10만 양병설은 허구다“

[북데일리] 대중 역사 역구소의 구본창 소장이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에 의혹을 제기했다. 저서 <패자의 역사>(채륜. 2008)를 통해서다.

10만 양병설은 이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주장.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 10만 병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저자는 근거로 출처의 애매함을 들었다. 책에 따르면 10만 양병설은 ‘선조실록’에는 나오지 않는다. 오직 개인문집인 ‘율곡전서’와‘율곡연보’에만 언급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들의 성격이다. 율곡전서는 이율곡의 수제자인 김장생이 썼고, 율곡연보의 경우 김장생의 수제자격인 송시열이 집필했다. 두 책 모두 이율곡의 개인 행적을 담았는데,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위인전과 비슷하다. 즉 객관성이 떨어진다.

이후 나온 ‘선조수정실록’에 기록된 10만 양병설도 마찬가지다.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서인세력이 그들의 스승인 이율곡을 미화시키기 위해 개인문집을 토대로 개정했기 때문이다. 또 선조수정실록에는 10만 양병설 주장 시점이 16년 4월로, 율곡연보에는 선조 15년 9월로 다르게 기재됐다.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10만 양병설이 사실이라면 중요성과 심각성을 고려할 때 ‘선조실록‘에 언급되지 않을리 없다”는 게 구 소장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10만 양병설이 오늘날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된 걸까. 저자는 국사교과서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국사 교과서에 실린 10만 양병설은 <한국사 대관>에서 발췌됐다. 그런데 이 책은 서인 노론가문의 마지막 세대라 할 수 있는 역사학자 이병도가 서인이 쓴 저작물을 집대성한 서적이다. 게다가 친일 사학자였던 그는 해방 이후에도 한국사학계의 거물로 성장했고 급기야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 상황이 어찌할 수 없었던 결과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책은 승자로 인해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다양하게 되짚는다. 삼국시대부터 현대사까지 논란이 될 만한 소재가 가득하다.

(사진제공=채륜)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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