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법
[책vs책]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법
  • 북데일리
  • 승인 2008.03.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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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사랑은 계절처럼 피고 진다. 끝난 것 같은 사랑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 핀다. 겪을수록, 공부할수록 성숙해지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 읽으면 좋을 두 책을 소개한다.

첫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청미래. 2007)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 풍성하게 다룬 소설이다. 연애에 든 남녀의 심리와 메카니즘이 흥미진진한 철학적 사유와 함께 기술되어 있다.

만나서 사랑하고 질투하고 헤어지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지만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마르크스, 파스칼 등 많은 철학자의 생각을 인용하며 그것을 철학적으로 분석해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철학을 다루면서도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오히려 읽는 이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의 위트와 유머가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는 추하고, 멍청하고, 따분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아름답고, 똑똑하고, 재치 있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 그런데 그런 완벽한 존재가 어느 날 마음을 바꾸어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면 (중략) 그/그녀의 취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내가 바라던 대로 멋진 사람일 수 있을까?”

계속된 구애에 넘어간 사람 입장에선 기껏 사랑모드로 전환했더니, 사람 놀리는 것 같은 ‘대략 난감’의 상황이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이란 나와 같은 부분을 확인하는 데 따른 호감보다 자신이 갖추고 있지 못한 부분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애인을 천사나 공주처럼 받드는 이유도, 여자들이 과격하고 거친 남성에게 끌리는 이유도 자신이 갖추지 못한 부분을 상대가 가지고 있어서다. 그런 멋진 상대방이 자신에게 마음을 빼앗긴다면, 상대방이 대단찮아 보이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믿을 수 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그런데 이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믿게 되었으니, 우리가 어떻게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나의 독립성을 위험에 빠뜨릴 만큼 연약해서도 안 되고, 동시에 나의 연약성을 부인할 만큼 독립적이어서도 안 된다는 것.”

또 다른 흥미로운 대목. 사랑의 엇갈림이야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사랑이 순수한지 아닌지 판단할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이에 “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다.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은 누구를 만나던지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헤맬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음 책은 <사랑 다음에도 사랑은 존재하는가?>(학지사. 2007).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고 한 번 생겨나면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기 보다는 사랑이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책은 사랑이 끝날 가능성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별도 더 의도적으로 사랑과 조화롭게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이 목적을 달성한 이후의 삶, 즉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는 지침을 주고 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랑은 깊은 친밀함으로의 초대이고, 사랑의 끝은 우리 자신을 되찾고 우리를 특별한 방식으로 바꿔놓은 친밀함에서 물러나 우리가 그 안에서 얻은 것들을 소화할 기회이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사랑은 ‘서로가 거의 같은 양의 도움을 주고받는 사랑’이다.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에는 반하지만, ‘마술적 우산’ 아래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

여기서 ‘외적 발달과업’을 완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변호사 개업을 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주었거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치유해 주었거나. 경제력이든, 외모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이 채워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적 발달과업’이란 무엇일까? 바로 유년기에 겪었던 정서적 결핍이나 정신적 상처다. 이런 것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오빠 같은 ‘남친’을 원하거나, 칭찬해주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엄마 같은 ‘여친’을 원하는 것이다.

다음 질문은 사랑의 영원성으로 향한다. 이런 사랑이라고 영원히 유효할까? 저자는 이에 “사랑은 영원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는 신화같은 낭만이 결국은 사람을 황폐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저자는 이별 연습을 할 것을 제안한다. 마음의 정리는 상대방과 함께 ‘이별식’을 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혼자서라도 이별의 ‘통과의례’를 통해 쌓인 감정을 해소하라는 설명이다.

아직도 지난 사랑에 대해 정리 하지 못한 독자라면, 책이 권하는 이별 의식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책에 따르면, 예순이 넘은 사람이 27살에 끝낸 결혼생활에 대한 감정을 해소하려고 진료실을 찾아온 경우도 있다고 하니, 사랑의 상처를 대수롭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사랑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여 더 이상 그 상처로 아파하지 마시라.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는 말처럼 이제 새롭게 태어난 모습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라. 또 이별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겁먹지 말자. 사랑은 영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랑은 끝없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자, 스스로를 채워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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