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맞선 老교수의 기업철학
빈곤과 맞선 老교수의 기업철학
  • 북데일리
  • 승인 2008.03.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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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보노보 혁명>(부키. 2007), <히말라야 도서관>(세종서적. 2008)에 이어 사회적 기업에 관한 또 다른 책이 나왔다.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가 쓴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하여>(물푸레. 2008)가 그것이다.

유누스 교수는 빈곤층에게 소액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다. 그는 30년 전 마이크로크레딧이라 불리는 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전 세계 1억 가구가 넘는 빈곤층을 도왔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론 소개에 집중한다. 사회적 기업의 특징, 의미, 역할, 지향점 등을 정리한 것. 이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조망했던 <보노보 혁명>이나 교육 자선단체 룸투리드의 창립자 존 우드의 삶을 그린 <히말라야 도서관>과는 다른 접근이다.

그렇다면 유누스 교수가 정의하는 사회적 기업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사회적 기업과 자선단체 혹은 비영리단체와의 차별점을 비손실, 비배당(non-loss, non-dividend business)에서 찾는다. 이는 “다른 이윤극대화 기업과 마찬가지로 무한정 손실을 감수할 수 없으며, 발생한 수익은 투자자에게 돌아가지 않음”을 뜻한다.

사회적 기업의 핵심 키워드인 이 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비손실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실 비손실은 기본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목표 성취에 힘을 실어주는 게 바로 비배당이다. 사회적 기업은 수익 모두를 재투자하는데, 그러면 수혜자는 더 나은 서비스와 접근성, 보다 낮은 가격의 형태로 혜택을 본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기업은 비손실을 지향해 번 수익을 비배당을 통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유누스 교수의 활동은 그라민 은행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라민 가족회사’라고 명명된 25개의 조직을 운영중이다.

여기에는 빈곤층을 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라민 텔레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그라민 사이버 넷, 기업용 IT 솔루션을 개발하는 그라민 솔루션즈, 빈곤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기업 그라민 의료서비스,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제공하는 그라민 다농 등이 속해있다. 그가 단돈 27달러를 대출해주면서 시작했던 초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모두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모은다면, 빈곤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빈곤박물관뿐일 것입니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노벨상 수상 연설의 한 대목이다. 17페이지에 걸친 연설문에는 빈곤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그의 생각이 압축돼 있다. 한 평생 빈곤과 맞선 노교수의 울림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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