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는 여친의 바뀐 머리 몰라볼까
왜 남자는 여친의 바뀐 머리 몰라볼까
  • 북데일리
  • 승인 2008.03.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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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직장인 A는 새 봄을 맞아 머리스타일을 바꿨다.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우쭐해진 그녀. 곧장 남자친구를 찾아갔다. “머리 바꿨구나, 예쁘다.”라는 칭찬을 듣는 자신을 상상하니 마음이 설랬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남자는 머리 모양이 바뀐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이런 A와 같은 경험.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는 일이다.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럴까.

<착각하는 뇌>(리더스북. 2008)의 저자 이케가야 유지는 남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변화맹’에서 원인을 찾는다.

여기서 변화맹이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 현상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은연중에 ‘사람이 갑자기 바뀌는 일은 없다’고 생각 하는데, 이런 믿음이 눈앞에서 실제로 변화를 감지할 수 없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즉 여자의 머리스타일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 남자친구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 바로 뇌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한 실험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실험 장소는 호텔 프런트다. 카운터에서 안내원이 숙박 명부를 내민다. 이때 피실험자는 필요한 사항을 기입하느라 고개를 숙인다. 이때 재빨리 안내원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작성을 완성한 피실험자는 안내원에게 명부를 건넨다. 과연 손님은 안내원이 바뀐 사실을 알까? 실험 결과 대부분이 몰랐다.

스웨덴 룬트대학의 라르스 할 박사의 연구도 흥미롭다. 그는 ‘사이언스’ 2005년 10월호에 변화맹에 관련한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피실험자 120명에게 두 여성의 사진을 보여줬다. 동시에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지를 고르게 했다. 선택이 끝나면 실험자는 2장의 사진을 책상 위에 엎어뒀다. 그러고는 다시 실험자에서 선택한 사진을 보여줬다. 이때 사진은 교묘한 트릭으로 바꿔치기한 다른 사진이었다.

그런데 피실험자 중 80퍼센트가 자신이 고른 사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몇 차례 반복실험 했지만 수치는 대동소이했다.

더 놀라운 건 “당신은 어째서 이 여자를 선택했느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을 한 것이다. 그들은 처음 선택했던 사진의 여성과 다른 얼굴의 여성의 특징이 마음에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를테면 먼저 고른 사진 속 여성은 웃고 있지 않았는데, 바뀐 사진을 받더니 미소가 매력적이었다고 응답했다. 할 박사는 이를 두고 “선택한 이유를 나중에 만들어 내는 잠재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실험 결과 발견한 “자신이 선택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에는 ‘선택맹’이라는 용어가 붙여졌다. 선택맹은 변화맹보다 더 강한 믿음이 작용하는 심리현상이다.

이처럼 책은 일상적인 심리와 행동을 뇌 과학을 통해 알아본다. 코믹한 일러스트와 쉽게 풀어 쓴 설명이 특징이다.

[이지영 기자 alla33@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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