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하종강 `책 나무` 들어보셨나요
[오늘은이책] 하종강 `책 나무` 들어보셨나요
  • 북데일리
  • 승인 2008.03.20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의 집에는 특별한 나무가 있다. 바로 ‘책 나무’다. 작은 방 양쪽 벽에 세워 둔 책장만으론 모자라 방바닥 여기저기에 쌓아 둔 책들. 이를 가족들은 책 나무라고 부른다.

자연히 공간이 좁아져 미로 같은 길이 생겼다. 가끔은 여길 걷다가 무너지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내다 버릴 생각은 없다. 책의 소중함을 알아서다.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점을 독서에서 찾는다. “책을 읽는 사람은 얼굴 표정부터 다르다.”는 게 하 소장의 생각이다.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독서를 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믿는다.

때문에 그의 곁엔 늘 책이 있다. 강연과 수업 준비를 위해서라도 짬나는 틈틈이 매일 본다. 요즘엔 건강이 나빠져 집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 원 없이 읽는 중이다.

“오래간만에 강의를 하고 왔더니, 얼굴에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언젠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아내가 던진 말이다. 천생 일을 즐기는 그다. “쉬면 좋아질 수 있는 병”이라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일주일에 두 차례 강의만 나가고 집에서 쉬지만 일 욕심은 여전하다.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신이 난 표정을 감출 수 없다고.

“직장인이 따뜻한 밥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는 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기운이 나죠.”

이렇게 하 소장을 일터로 잡아끄는 힘은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다. 82년 대학 졸업과 함께 노동운동에 뛰어든 그는 30년이 넘게 노동 상담을 해오는 중이다. ‘한겨레’에서 객원논설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인천대학교 강사,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로도 활동한다.

그의 강의를 듣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의 교양수업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해주는 노동자나 학생을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최근 낸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한겨레출판. 2008)를 비롯해 여러 권의 노동관련 서적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그가 추천하는 책은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한겨레. 2006)이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역사학자 한홍구, 박노자, 변호사 김두식 등이 각자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쉽게 설명해준다.“며 일독을 권했다. 같은 시리즈 중 하나인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한겨레출판. 2005)도 ”의미와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볼만한 책이다.

하 소장은 올해 목표로 “노동문제 전반을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교양서적 만들기”를 꼽았다. 이를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모였고, 벌써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한평생 약자를 위해 소리친 그가 앞으로 또 어떤 희망의 목소리를 들려줄까. 노동이 숨쉬는 현장은 지금 귀를 기울인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