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먼저 일까 삶이 먼저 일까
사랑이 먼저 일까 삶이 먼저 일까
  • 북데일리
  • 승인 2008.03.18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사랑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잘 못해서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다가서면 되는데 그만 사랑이 떠나가고 맙니다. 우리는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합니다. 누구나 하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못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바로 나였을 때 그 절망감을 말로 하기란 어렵습니다.

이 책 <삶이 먼저다>(시공사. 2008)를 읽으면 안개에 쌓인 사랑이 자욱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야기는 한 학생의 죽음에서 시작됩니다. 자살한 학생 때문에 고1 스텔라는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위고가 어느 날 갑자기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남몰래 짝사랑하던 위고였습니다. 그동안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괴로운 것은 위고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위고가 영영 모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첫사랑을 떠나버린 후 그녀는 자신의 세계에 빠집니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위고를 생각하며 시(詩)를 씁니다. 시와 함께 위고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녀의 시는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곳은 초록 섬입니다. 초록 섬은 무인도이지만 그녀와 위고에게는 특별한 사랑의 섬입니다.

그런데 스텔라는 상상 속 사랑을 가로막는 줄리앙을 만나면서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보기에 줄리앙은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엉큼한 수법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합니다.

그녀가 위고에 집착한 나머지 초록 섬에 가려고 텅 빈 바다 속에서 발버둥치는 위기의 순간 거짓말은 더 이상 거짓말이 될 수 없었습니다. 줄리앙은 그녀를 구해주고 난 후 `중요한 건 삶이야. 삶이 먼저야!`라고 말해줍니다.

우리는 스텔라를 통해 또 한 번 10대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굳이 10대를 말하는 것은 그들의 사랑이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랑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사랑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보일 듯 말 듯한 사랑의 진실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는 것입니다.

큐피트의 화살이 다 같을 수 없습니다. 아니 화살의 무게나 속도는 같은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사랑이 가볍거나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또는 사랑이 안타깝거나 기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까움에 못 이겨 초록 섬에서 살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록 섬에서는 사는 맛이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버린 사랑도 말 그대로 지나갔습니다. 미련이 남아 죽도록 붙잡는다고 해서 영영 떠나버린 사랑이 되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도 잃어버리고 맙니다. 슬픔에 집착해보면 얼마나 안개가 자욱한지 미처 알지 못합니다. 삶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버립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삶입니다. 안개에 가려진 삶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머리의 사랑보다는 가슴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삶에 대한 출구가 보입니다. 사랑이 먼저 일까? 삶이 먼저 일까?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어 고민할 때 이 책은 삶이 먼저라고 투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임재청 시민기자 ineverland@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