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어 구사한 `조선시대 엘리트 역관`
6개국어 구사한 `조선시대 엘리트 역관`
  • 북데일리
  • 승인 2008.03.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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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조선시대 중국어는 물론 몽골어, 만주어, 위구르어, 일본어, 오키나와어까지 총 6개 국어를 구사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외교 실무를 담당했던 역관들이다.

오늘날의 외교관과 진배없는 이들은 다재다능했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고 국제 감각, 세련된 매너, 상대국의 고위 관리와 대화할 수 있는 학문까지 갖췄었다. 그야말로 전문직이자 엘리트 집단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양성 과정도 까다로웠다. 먼저 지금의 외무고시라 할 수 있는 역과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시험과목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전공과목으로 중국어, 제2외국어로는 몽골어, 외교문서 작성능력을 묻는 이문(吏文)을 봤다. 교양과목으로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소학 실력을 인정받아야 했다.

역관이 된 후에도 검증은 계속됐다. 해외로 갈 때마다 시험을 쳤고, 여기서 떨어지면 출장은 물거품이 됐다. 월급 또한 받지 못했다.

이처럼 철저한 실력 배양 과정을 거친 그들은 외교 일선에서 활약했다. 이중 선조 때의 홍순언이 유명하다.

그는 명나라 법전 ‘대명회전’에 기록된 “이성계는 이인임의 아들이다”라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는데 기여했다. 무려 200년을 끌어온 일이기에 그 공은 더욱 컸다.

당시 선조는 이를 치하하고자 성공에 힘을 쓴 19명에게 광국공신(光國攻臣)이라는 칭호를 내렸다. 여기서 홍순언은 유일한 역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2위로 이름을 올렸다. 정철이나 유성룡보다 높은 순위였다.

임진왜란 때는 명의 원군을 불러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명이 조선을 돕는데 주저하자 홍순언과 인연이 깊은 명의 병부상서 석성이 직접 그에게 사신으로 오라고 요청한 것. 원군만 기다리며 속을 태우던 조선은 홍순언의 외교 채널 덕을 톡톡히 봤다.

또 석성을 만나고 오던 길에 명에서 반출 금지 품목이었던 활을 만드는 궁각(물소 뿔) 1308편, 화약재료인 염초 200근을 구해 전쟁에 힘을 보탰다. 이는 석성의 허락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KBS 역사 다큐멘터리 ‘한국사傳’을 책으로 옮긴 <한국사傳>(한겨레출판. 2008)에 실린 내용이다. “개인의 사소한 일이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여주고, 왕조와 제왕이 아닌, 역사 속 인간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보려고 했다”는 장영주 책임 프로듀서의 말처럼 개인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풀어간다. TV프로그램이 기반인 만큼 알기 쉬운 설명과 풍부한 사진자료 역시 특징이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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