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자살하는 영웅들' 소방관, 순직자보다 자살자 많다
[책속에 이런일이] '자살하는 영웅들' 소방관, 순직자보다 자살자 많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2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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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의 순직자가 27명, 자살자가 41명에 이른다. 순직자보다 자살자가 많다. 영웅들의 자살,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오래전 홍제동 화재 사건의 사례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사건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오래전 이야기다. 늦은 겨울 홍제동 한 2층짜리 연립 주택에 화재가 났다.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화염에 휩싸인 상황. 집주인인 노부인은 아들이 아직 집에 있다고 외쳤고, 그 말을 들은 소방관 9명은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오로지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아들의 행방을 찾는 중 2층짜리 연립 주택이 무너져 내렸다. 소방관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그대로 매몰됐다. 중장비를 급하게 동원했지만 현장이 좁은 골목에 있는 데다가 길게 늘어선 수많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사이 구조대원들은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깨부수고 들쑤시며 매몰된 동료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결국, 9명 전원이 매몰, 입구 가까이에 있던 3명만 가까스로 구조되고 6명이 주검으로 돌아왔다. 노모의 아들은 화재 후 바로 대피했으며 그가 술을 마시고 노모를 폭행한 뒤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본문 중) 일부 수정

<어느 소방관의 기도>(쌤앤파커스.2016)가 전하는 당시 비극적인 현장이다. 눈앞에서 동료를 잃어야 했던 절망감, 알고 보니 요구조자가 없었던 사실. ‘신속하게 장비를 동원했더라면’ 하는 죄책감과 괴로움. 그들의 심정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소방관들은 집 안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같은 결정을 했으리라.

동료들의 죽음뿐만 아니라 잦은 사망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삶이다. 이런 이들에 대민(對民)활동도 일이라며 행악을 부리는 사람들까지 가세해 사지로 몰고 있다. 소방관들은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가장 나중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안전을 위하는 사람들이 안전하지 못한 세상, 이곳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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