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배우 김수미 유럽 밭두렁서 엄니 찾으며 목 놓아 울어... ‘사랑해요 엄마’
[신간] 배우 김수미 유럽 밭두렁서 엄니 찾으며 목 놓아 울어... ‘사랑해요 엄마’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19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해요 엄마> 오정희·김용택·서민 외| 마음의숲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엄마” 두 글자에 서린 감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 배우 김수미는 어려서는 눈치 보느라 연기자가 돼서는 위세 떠느라 울지 못했다. 그러다 유럽 밭두렁에 주저앉아 그만, 엄마를 찾으며 목 놓아 울었다. <사랑해요 엄마>(마음의숲.2016)를 통해 밝힌 사연이다.

걸출한 입담을 자랑하는 배우 김수미가 엄마를 찾으며 낯선 타지에서 운다?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책에 따르면 유럽 파리 근교에서 어릴 적 엄마를 추억할 똑 닮은 밀밭을 마주해서다. 밀밭 한가운데 시뻘건 양귀비꽃이 있는 것도 똑같았다. 배우로서 서울에서는 울 데가 마땅치 않았던 김수미는 낯선 타지에서 꽃을 좋아 하셨던 엄마를 다시 만난 셈이다.

다음 대목은 엄마를 회상하는 에피소드 가운데 코끝이 찡한 부분이다.

어린 김수미는 시장에서 국화꽃 무늬가 그려진 유리그릇을 만지작거리다 내려놓고도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한 어머니를 위해 그날 저녁, 한달음에 달려가 유리그릇을 슬쩍 해왔다. 자랑스럽게 그릇을 내놓았지만, 부지깽이에 종아리를 내어주고 시장에 끌려가 잘못을 빌어야 했다. 절뚝거리는 딸을 업고 코를 훌쩍거리면서 산을 넘은 엄마를 그리는 장면은 독자를 웃고 울리기에 충분했다.

어린 시절 한 번쯤 겪을 법한 이야기지만, 딸을 업고 돌아오는 길 내내 코를 훌쩍거리는 엄마 심정은 어땠을까. 또 등 뒤에서 엄마의 흔들림을 그대로 느꼈을 어린 딸은 얼마나 불안하고 아팠을까.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열무김치를 버무리다가도 불쑥 튀어나온다. 살아계실 때 챙겨드리지 못한 자식의 회한 때문이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죽으면 부모를 가슴에 묻는다. 책은 22명의 문화계 인사들이 각자 한 편씩 쓴 ‘엄마’에 관한 기억과 추억이다. “엄마” 부르기만 해도 눈앞이 흐려지는 22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