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 아트]H. 카르티에 브레송
[북 & 아트]H. 카르티에 브레송
  • 북데일리
  • 승인 2005.10.2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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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를 기다리는 신경다발이다. 그것은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터져버린다. 그것은 육체의 기쁨이고, 춤이고, 시간이고 또 얽힌 공간이다. 그래, 그래, 그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결말처럼, 보는 것이 전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y Cartier Bresson. 1908-2004). 프랑스의 보도사진가로 현대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로 불린다. 사진기자 혹은 예술사진작가로서의 감성은 문학, 미술, 음악을 아우르는 브레송의 박학다식한 지식 외에도 가슴에 담긴 예술가적 열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숨어 있는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그는 빛과 피사체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으로 인간적인 사진을 찍어오며 보도 사진의 전형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공동기획으로 국내 출간된 그의 책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까치글방. 2003)은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이라는 부제로 장 클레르와 갤러시, 장 레이마리 등 유럽 사진예술을 이끌어가는 최정상급 비평가와 큐레이터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작가 브레송을 그려내고 있다.

브레송의 사진컨셉은 <재빠르게 잡은 이미지 Images a la Sauvette(영문판 제목은 `결정적 순간 The Decisive Moment`)>로 나타난다. 개념적으로 볼때 `결정적 순간`은 시공간의 순간(moment)가 아닌 지속되는 찰나(instant)의 의미다.

단순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기술이 아니라 대상 자체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다. 동시에 작가의 의도-피사체-미장센의 세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돼 예술적 감각이 단번에 드러나는 짧은 순간이다.

브레송은 생생한 빛을 띤 현실세계의 명암과 형태가 있는 장소에서 `운명같은 순간`을 잡아냈으며 그 예술적 형식은 시공간의 통합인 `완전한 조화와 균형 속의 찰나`였다.

예술작품으로서 특색은 서민의 일상성을 기반으로 극적 사건을 앵글에 담아내 기층 역사의 흐름을 파악했고 공간을 정확하게 처리해 절묘하게 순간을 포착해 냈다는 점이다.

옮긴이 미술평론가 정진국은 "그는 어떤 점에서 지난 세기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보여줬던 중상층의 삶과 멋에 대한 예찬을 재빠르게 세계에 보급한 전도사 였다"며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의 이상을 수출했고,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 열매를 내다 팔았다면, 카르티에-브레송은 그 시민적 꿈을 전염시켰다"고 평가한다.

라이카(leica) 사진술을 통해 `라이카를 자기 눈의 연장(延長)`으로 사용하는 방법론을 확립했다. 1933년 뉴욕에서 연 최초의 개인전에서 주목받은 뒤, 스냅사진 미학(美學)을 2차원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1947년에는 R.캐퍼 등과 함께 우수한 보도사진가들을 모아 매그넘포토즈를 창립했다.

1954년 첫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1931년경부터 촬영하기 시작한 걸작 예술사진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5년 사진작가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1975년에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적 사진집으로 <유럽인>(1955) <두 개의 중국>(1955) <카르티에 브레송의 세계>(1969) 등이 있다.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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