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업 인터뷰어 지승호를 만나다
[인터뷰] 전업 인터뷰어 지승호를 만나다
  • 북데일리
  • 승인 2008.02.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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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지난 15일 강남 교보문고에서 지승호를 만났다. 지승호는 전업 인터뷰어다. 최근 14번째 책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시대의 창. 2008)를 냈다.

누구나 정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민으로서,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책임과 권리가 있다. 하지만 어두운 한국근대정치사를 겪다보니 정치는 종교와 함께 묻지 않는 게 예의가 되었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원스레 2007대선과 노무현 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열어 보인 지승호.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만큼 화가 많이 나있었고 더 나은 세상과 평화로운 사람들을 바라는 순수함도 느껴졌다.

질) 전업 인터뷰어로서 어려움도 있고 재미도 있을 텐데요.

답)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가 있고 의무감도 느껴요. 사람들은 화려한 면만 보고 멋진 사람들만 만나는 줄 알죠. 인터뷰를 그렇게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곰곰 찾아보면 어려움이 많죠. 나야 재밌지만.

월간 <인물과 사상>에서 꽤 오래인터뷰 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려고 시간을 비워놓고 매달 스케줄을 맞춘다는 게 어렵죠. 개인 사정,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래도 일순위로 잡아놓고 3년 넘게 하고 있어요. 내일을 꾸준히 할 거.

그는 일하는 재미, 그리고 딸 교육에 관한 이야기, 자기가 키우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불안한 아버지를 보고 안정된 직장을 일찍부터 결정을 했다는 안타까운 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질) 전업인터뷰어로서 생계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단체에 소속된 언론인들보다는 아무래도 불안하지 않나요.

답) 고정된 수입이 있지 않다는 건 불안하죠. 무언가를 할 때 예측할 수 없는 거고.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돈이 없으니 불안한 건 사실이에요. 예전에는 잘 못 느꼈는데 마흔 넘어가니까, 많이 아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딸 대학은 보내줘야죠. 본인이 안 간다면 상관없지만. 나 때문에 힘든 사람은 와이프죠.

질) 전업 인터뷰어로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 아주 힘들다하는 건 없었어요. 다만 생각보다 더딘 느낌은 있죠. 하지만 책 하나하나 내오면서 내 꿈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 책을 10권정도 낼 때까지만 해도 마지막책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음 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여러 책이 대기하고 있고요.

질) 13번째 책 <장하준, 한국 경제를 말하다>(시대의 창. 2007)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14번째 책이 나왔어요. 지승호 씨 책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마다 개성과 색깔이 강한 사람들을 맞춰 가면서 인터뷰 하는 것 어렵지 않나요.

답) 매년 2권씩 나오다가, 작년에 3권이 나왔고 올해 3권 더나올 예정이에요. 작년에 나오려 했으나 밀렸어요. 인터뷰어로서 유아기에서 벗어나 소년기가 된 거 같다고 말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청소년기가 된 느낌이에요.

청소년기가 불안하지만 호기심이 많지 않나요.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지승호 스타일 달라졌다고 하는데, 전에는 성실하게 준비하고 조심스러웠어요. 지금은 유연해지고 장난도 치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변한 게 있죠. <영화, 감독을 말하다>(수다. 2007) 가 이전까지 느낌이랑 다다고 얘기해요.

그는 최근작, 장하준, 우석훈선생과 낸 책은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기 보다는 그들의 생각과 메시지가 필요한 시기라 판단을 했기 때문에 냈다고 전했다. 그래서 어깨의 힘을 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메시지 실으려했다고.

질) 인터뷰어로서 14번째 책을 낼 정도로, 이제 위치와 명성이 어느 정도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섭외에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예로 김지운 감독 같은 경우 언론과 접촉을 잘 안하시는 분이라 인터뷰 요청에 응하질 않았을 텐데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방법이 있다면요.

답) 자기 작업도 바쁜 사람들이 시간 내준다는 게 어렵죠. 특히 영화감독은 여러 사람을 책임지는 사람이라 시간 내주기가 정말 어려워요. 김지운 감독은 영화관 찾아가서 아트시네마 같은 데 가면 보러 와요. 다른 감독들도 가끔.

제가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아요. 하지만 용기내가지고 내 책을 건네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했죠. 그런 사람들은 시간도 없지만 자기 얘기가 어떻게 해석이 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에 상당히 민감해요. 책 읽어 보고 1주일 만에 인터뷰 응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기왕 하게 된 상황이 되면, 적극적으로 도와줘요. 봉준호 감독은 다른 감독까지 소개해줬어요.박찬욱 감독도 1년 정도 요청한 상태였는데 기다려서 두 번째 책에 실었어요. 한사람 인터뷰만 하는데 물리적으로 2달이 걸릴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어요.

질) 이야기를 듣다보면 스스로가 갖는 책임감이라든지, 인터뷰어로서 직업 사명감이 있는 거 같아요.

답) 강박관념일 수 있는데 이런 게 없으면 안 돼요. 일 자체가 힘들면서도 재미가 있어요. 단순히 재미로만 하면 오히려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목표도 생기구요. 여러 가지사이에서 균형이 중요해요. 어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해요. 어느 걸 포기해야 더 행복하냐는 중요한 문제죠.

질) 많이 쓴다는 말은 많이 읽는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답)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지만 잡학으로 읽어요. 전쟁전기도 읽고, 다양하게 읽는다. 인터뷰를 준비하려면 많이 봐야 되니까 책은 많이 읽는 편이죠. 활자중독이란 말도 하던데, 신문쪼가리라도 들고 다니면서 읽어요.

인터뷰어는 많은 걸 최소한 얇게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분야를 선택하고 이야기 거리를 적용하고 전문적인 영역까지 들어 갈 수 있게 되죠. 두 사람이 한정분야에 깊이 있는 얘기를 해도 입체적인 대화나 대중과 소통은 어려울 수가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핵심은 파악하되, 너무 전문적일 필요는 없어요. 가끔 전문가의 오류에 빠지는 인터뷰들이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강준만 선생 같은 전문가들만 인터뷰를 해야 하나요? 오히려 전문가들이다보니 인터뷰내용이 잘 안 나올 수 있어요. 다 자기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질)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다면요?

답) <만남 - 서경식 김상봉>(돌베개. 2007)을 재미있게 봤어요. 서경식 선생님의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창비. 2006)도요. 거기서 독일인이 죄인이냐는 물음이 나와요. 죄인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그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공동체로서 책임이 있다고 하죠. 그 얘기가 다른 부분에도 적용이 되는 거 같아요.

요즘에는 영화와 책을 많이 봐요. 올해 들어서 메모를 했는데. 두 달 만에 영화 40편, 책은 열 댓 권을 봤어요. 음악도 많이 듣고.

책과 영화는 세상과 소통하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매체 같아요. 사람들을 이해하는 좋은 도구죠. 그렇다고 아카데믹한 의도로 보는 건 아니에요, 워낙 재미가 있으니까.

질) 사회 곳곳이 아픈데도 남몰라하는 분위기가 있죠. 눈에 보이는 세상지표에 신경 쓰고, 자본주의에서 중요시되는 가치에 휩쓸리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죠. 선배로서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답) 민감한 문제에요. <88만원 세대>(레디앙. 2007)를 읽고 가슴이 아팠어요. 분명, 386세대가 88만원 세대를 착취 하는 게 맞아요. 정치적 올바름을 말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나쁜 걸 바꾸지 못했죠. 우리세대의 반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기주의로 모는 분위기가 있어요. 노동자, 여성, 외국인, 장애인, 농부 등 소수자문제는 특히.

젊은이들이 삶이 너무 힘드니까 새로운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세대는 연대해본 경험이 있죠, 전경에 쫓기고 바닥에 같이 드러눕고. 내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데도 다른 사람들 챙기고 위했죠. 현재 젊은이들은 파편화되었어요. 그래서 비판하는 건 정당화지 못해도 계속 이런 당부는 하고 싶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광장에 앉아본 게 월드컵밖에 없어요. 스타와, 마케팅, 앞쪽 경기 화면이 전부인. 옆에 사람들은 시합이 끝나면 의미가 없죠. 경기가 끝나면 경쟁관계로 전환되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게 되죠.

경쟁만 할 게 아니라 협력, 유대를 생각해야 되요. 그리고 윗세대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건 내놓으라고 요구가 필요해요. 스스로도 뭔가 재미있는 걸 찾아야 하죠. 그런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가난하지만 홍대에서 음악하고 사는 사람같이. 눈치 보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한국, 결코 못사는 나라가 아니에요.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이지만 일인당소득은 2만 달러니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는데 이건 사기에요.

핀란드, 스웨덴, 인구가 많지 않아요. 그런 나라와 경제규모를 비교해 보세요. 그리고 아랍이 한국보다 일인당소득이 많아요. 그래서 잘사는 나라인가요?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 사는 질과 연계되지 않는 경제 숫자들은 의미가 없어요. 단순한 숫자 갖고 장난치면 안 돼요.

질) 공감가는 내용이 참 많아요. 더불어 최근 나온 책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답) <88만원세대>를 읽고 우석훈씨 문제의식에 감동 받았어요. 환경, 사람, 농업, 농촌, 개발문제에 대해 연구하신 분이에요. 농업을 살려야 하는 여러 이유를 말하죠. 정부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농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농촌을 살리려고 했죠. 농촌 규모를 크게 하면 경쟁력이 생길 거 같으니까 실행한 정책들은 비판하죠.

그걸로 답을 다 얻을 수 없겠지만 정답은 아니더라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막연하게 생각하거나 기존언론 이야기를 그냥 믿고 있죠. 우리가 성찰해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되죠. 오래 걸리는 작업이지만. 그리고 당분간은 씨줄, 날줄 여러 사람만나서 세상을 해석하고 답을 찾고 연대할 거예요.

다음 책은 뜬금없이 신해철씨 책이지만. 크게 보면 삶의 문제의식을 갖고 재미있게 살아야지 않을까 생각에 맥락이 닿아 있어요. 한국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비판의식을 갖고, 냉정하게 미래를 보고 문제제기를 하고, 그렇게 되면 재미있는 사회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재미와 교양을 준다는 미덕은 있어요. 먼저 장하준, 우석훈 선생님 책을 읽으라고 할 수도 있죠. 당연히 선생님들 책을 읽어야 하죠. 그리고 이 책 읽으면 좋은 거고. 선생님들 책이 처음에 어려우면 이 책 읽는 것도 괜찮고.

질) 2008년 꿈이 있다면요.

답) 계속 작업하는 거예요. 우석훈 박사가 그랬죠. "지승호는 한 달에 한권씩 낸다는 데 이런 놈 못 이긴다." (웃음)한 달에 한 권은 무리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많은 책을 내고 싶어요. 독자들과 소통도 하고. 여덟 권정도 냈으면 좋겠어요. 일정한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겠고. 그리고 꾸준하게 인터뷰하고 써야죠. 인터뷰하는 게 아주 재밌어요. 다음에 나올 책인 신해철씨 인터뷰는 정말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한 사람이고. 팬이었어요. 인터뷰하고 작업하면서. 교정하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전업 인터뷰어가 생소한 한국 실정에서 자기 길을 가는 지승호. 재미있는 세상을 바라는 만큼 덜 재미있는 한국에 대해 할 말이 많이 있었다. 그 할 말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계속 의미 있게 이야기 될 것이다. 앞으로 열어갈 인터뷰에 더 기대가 된다.

[이인 시민기자 special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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