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책] 스님이 자전거로 유라시아 건넌 까닭
[숨은책] 스님이 자전거로 유라시아 건넌 까닭
  • 북데일리
  • 승인 2008.02.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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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수많은 여행기들 중에 눈에 띈 숨은 책이 있다. <행창스님의 유라시아 대륙 자전거 횡단기>(민음사. 2006)는 스님이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를 다뤘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저자 행창스님은 이스탄불에서 카이로까지 자전거로 여행한 경험이 있다. 석 달 간, 중동횡단을 하며 인간의 극한을 체험했다는 그. 다시는 자전거로 여행을 안 하리라고 다짐했으나 다시 유라시아 횡단에 나섰다. 그것도 1년 동안.

“그토록 힘든 여정에서 겨우 목숨만을 부지하고 돌아온 지 꼭 반년. 단순히 망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다시 길을 나서게 했다.” - 본문에서 -

어떤 바람이 그의 발걸음을 띄웠는지 무척 궁금했다.

스님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서울 남대문까지 자전거로 1년 여행(수행)을 한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은 안다. 피할 수 없는 자신의 무게와 정직한 이동거리를. 오로지 자기가 페달 밟은 만큼 움직이는 정직한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허벅지가 터질 것 같다. 하지만 스님은 묵묵히 침낭을 뒤에 싣고 자전거와 떠난다.

책을 읽는 내내 스님의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서 여행가는 기분이었다. 차를 타서는 느낄 수 없는, 자전거로 만나는 풍경들의 속내와 사람들의 고운 마음결은 고독한 자전거 여행을 격려한다.

실크로드를 지나가며 사막과 산맥들을 넘어가며 겪었을 괴로움이 불 보듯 뻔 한데 이 여행기에는 자세히 나타나지 않는다. 늘 고마운 귀한 인연과 새로운 세상을 만난 감격을 소개하는데도 지면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하나, 아쉬운 점은 중국에서 인천으로 배를 타고 들어온 것이다. 자전거로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이 통과하지 못하는 한반도는 무척 안타깝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한반도 종단하는 날을 그려본다.

또한, 사진도 아쉽다. 흑백에 가까운 담백함이 매력이기는 하나, 좋은 화질에 익숙한 독자라면 초라한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 이다.

“예정된 계획 없는 여행에서, 나 자신이 자유로워지는 길은 오직 하나. 달리는 자전거 앞 2m 이상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필요치 않은 번뇌를 괜스레 만들 필요가 없다. 집착이 없는 한 번뇌도 없는 법이기에” - 본문에서 -

그는 자전거 앞 2m이상은 집착하지 않고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또 횡단한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떠나게 하는가. 많은 여행기를 만나면서 이 물음에 답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삼장법사처럼 유라시아를 가로지른 그. 손오공처럼 그의 곁을 지킬 수는 없지만 멀리서나마 스님과 자전거의 안녕을 기도한다.

[이인 시민기자 special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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