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지금 왜 정조와 세종인가
[책vs책] 지금 왜 정조와 세종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8.02.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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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역사 드라마 붐이다. 그 중에서도 세종과 정조를 다룬 <대왕 세종>과 <이산>이 눈에 띈다. 15세기의 기적과 18세기의 중흥을 이끈 두 주역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책으로 보는 <대왕 세종>과 <이산>은 없을까? 맞춤한 책이 있다. <세종처럼>(미다스북스)과 <이산 정조대왕>이다. 드라마가 달콤한 솜사탕 같다면, 책은 오래도록 씹어 먹는 맛이 난다.

조선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과, 가장 개혁적인 군주로 일컬어지는 정조. 두 군주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세종처럼>은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을 통해 그의 국가경영에 대해 살펴보고 있고, <이산 정조대왕>은 가장 드라마틱하게 살다간 정조의 개혁정치에 대해 이야기체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먼저 <세종처럼 -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은 총163권 154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방대한 `세종실록`의 요점을 국가의 최고경영자이자 리더인 세종을 주인공으로 해 입체적으로 통찰한 책이다.

저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박현모 교수가 운영하는 ‘세종실록학교’의 1년간 강의를 바탕으로 해 이루어졌다.

책은 실록 속에 나타난 세종의 모습을 신하들과의 소통, 백성에 대한 헌신, 국가의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생중계하듯이 보여주고 있다. 세종시대의 치적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방식을 탈피하되, 소설이나 드라마에서처럼 작가의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을 호도하는 위험에서도 벗어나 있다.

세종은 흔히 신하들의 말을 경청하고, 백성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한 임금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추진력’이 강한 군주였다. 4군6진 개척과 같은 북방영토 개척이나 훈민정음 창제, 세제개혁 등은 “여러 사람의 논의를 배제하고” 자신의 결단으로 추진했다.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일단 정해지면 끈질기게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다독이며, 또 어떤 때는 위협까지 하면서 ‘이끌었던’ 리더였다. 이 과정에서 신하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임금 때문에 못 살겠다”는 백성들의 원망을 듣기까지 했다.

또한 세종은 22세에 즉위하여 54세에 사망할 때까지 23년간 왕으로 있으면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 할 정도로 질병에 시달렸지만,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의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지도자였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우리 역사가 너무 ‘쇠퇴의 이유’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창업의 이념과 번영의 과정이 무시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치가 정조>(푸른역사. 2001), <세종의 수성 리더십>(삼성경제연구소. 2006),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푸른역사. 2007) 등의 저작을 낸 저자는 정조에 이어 세종 시대를 집중적으로 연구, 강의하고 있다.

다음 책 <이산 정조대왕-조선의 이노베이터>는 이산 정조대왕을 다룬 대중 역사 교과서다. 18세기는 조선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시기였고, 그 드라마틱한 현장의 중심에는 정조가 있었다. 작가 이상각은 조선 역사상 역동적인 시대 속의 정조대왕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전개하고 있다.

18세기는 조선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시기였다. 그리고 그 드라마틱한 현장의 중심에는 정조가 있었다. 아버지 사도(장헌)세자가 뒤주에서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보고 자란 정조는 ‘죄인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혀 왕위 계승은 물론 목숨을 부지하기조차 힘겨웠다.

TV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정조는 노론 벽파들이 실권을 장악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혁을 주창하고, 변화를 도모했다. 이 책은 조선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대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살다간 정조대왕을 재현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퍼레이드였던 정조의 화성행차를 중계하는 것으로 시작해, 반대파에 둘러싸여 있던 세자 이산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즉위 후 수많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개혁과제를 실천하는 모습은 물론 개혁을 이끌거나 방해한 중요 인물들까지 소개한다.

또한 개혁군주 ‘정조대왕’의 업적을 늘어놓는 대신 인간 ‘이산’의 개인적 아픔과 시대적 고뇌를 함께 묘사함으로써 역사를 보다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로는 극적 재미를 고려한 소설적 구성, 생생한 심리묘사와 현장감, 풍부한 사진자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독자에 따라서 만화 같은 현대식 대사들이 어색할 수도 있다. 이런 소설적 구성이 자칫 진지한 역사읽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최근 <이도 세종대왕-조선의 크리에이터>도 이런 형식으로 쓴 바 있다.

두 책 모두 TV 드라마를 보면서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작가적 상상력인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만하다. 박현모와 이상각. 두 작가 모두 조선의 중흥을 이끈 두 대왕의 책을 함께 쓴 묘한 이력을 가지게 됐다.

[신기수 책전문기자 movie@popz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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