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름다운 시어만 뽑다 간 시인
평생 아름다운 시어만 뽑다 간 시인
  • 북데일리
  • 승인 2008.02.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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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2007년 1월 60세의 나이로 별세한 시인 박 찬. 그가 남긴 유고 시집 <외로운 식량>(문학동네)이 출간됐다. 모두 108편의 시가 담겼다. 이를 종합해, 박 찬의 시가 남긴 3가지 의미를 짚어본다.

하나.

도(道)에 근접한 시세계. 생과 죽음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 시인은 자신의 죽음 가까이에서 집필했다. 그러나 그의 시는 죽음보다는 생의 향기에 훨씬 근접하다.

가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 밤하늘의 별빛 그대 머리위에 눈부십니다 새 한 마리 날아와 온 하늘을 뒤덮는다 한들 누가 있어 그것을 알 것입니까 그곳에 앉아 그대로 풍화돼버 린다 해도 그대 그렇게 앉아 있는 뜻 그 누가 알기나 할 것입니까 - 「오래된 숲3」 중에서

둘.

전라도 사투리의 말맛. 시집 곳곳에 전문이 모두 사투리인 시들은 독자마저 흥에 취하게 한다. 또한 특유의 솔직담백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 실소를 짓게 만든다.

많이 바쁜가본디 어서 싸게들 가보쇼 나는 그냥저냥 가는 둥 마는 둥 갈라요 장다리밭에 노닐며 장디리꽃 따먹다 아지랑이 어질어질 나비 따라 가다가 뒷동산에 올라 삐비도 뽑아먹고 송홧가루 얼굴에 분칠도 하고 아카시아 훑어먹다 들내려 자운영 다북숲 논두렁에 앉아 꼴린 보릿대 꺾어 보리피리 만들어 삘리리 불며 놀다 갈라요 -「인생아!」 중에서

술 한잔 걸치고 좆도!라고 하면 그 사람 가슴에 뭔가 맺힌 게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다가 코 헐렁하게 콧심 뿜어가며 이 씨발놈아!를 덧붙이면 이제 대충 마음 한구석에 맺힌 응어리를 풀고 속에 담았던 것을 편허게 풀어내자는 뜻이고요 근데 말이니다요(커뮤니케이션 문제인지 문화차이인지는 몰라도)좆도, 이 씨발놈아! 라고 허면 오히려 더 기분 나뻐허며화부터 내는 놈들이 쌨더란 말입니다 ... 묵언수행허는 셈 치고 입 봉허고 사는 것이 편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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