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가 인정한 日작가 국내 첫소개
오에 겐자부로가 인정한 日작가 국내 첫소개
  • 북데일리
  • 승인 2005.10.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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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 소설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 그 문장은 어느새 시로 바뀐다. 우리들은 낯선 영역의 선구자로 데라야마 슈지를 그리워한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는게 그의 주장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근거지를 책 속에 두었다” -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데라야마 슈지(1935~1983). 국내에선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 예술문화계에 끼친 그의 영향은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롤 모델(이상형)이었다는 사실 외에 수많은 일본 예술인들에게 영향을 끼친 증거는 시, 단가, 하이쿠를 비롯 소설, 연극, 영화 사진 등 다채로운 장르에 걸쳐 표출된 천재적인 재능이 증명한다. 47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전방위 문화예술가의 많은 저서 중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에세이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이마고. 2005)는 관심 있게 일독 할 만 하다.

30년 전에 쓰여 진 글이지만 거침없는 생각과 당돌한 문체의 힘에서는 현재 젊은이들보다 한결 패기가 느껴진다.

“‘도박은 노동을 우습게 여기며 쉽게 돈을 벌려는 행위’라는 정치적 발언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우습게 여기는 노동밖에 주어지지 않는 현 시점의 역사적 필연성 속에서 저소득 노동자에게 ‘일점호화주의’와 같은 변혁의 사상이나 혁명의 힘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도박의 세계다”(본문 중)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본 문단의 반항아로 이름을 떨치며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우상처럼 여겨졌던 데라야마 슈지는 고교시절 하이쿠와 단가로 재능을 발휘하고 이후 연극, 영화에 걸쳐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며 활동한다.

특히 천재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연극분야에서 ‘값싼 관람석’이라는 뜻의 ‘텐조사지키(天井棧敷)’극단을 설립, 매번 새로운 시도의 연극공연을 올려 명성을 떨친다. 1971년 첫 장편영화로도 만들어진 동명영화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는 이탈리아 산레모영화제 그랑프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청년이여 큰 엉덩이를 품어라’... 이것은 클라크(1826~1886.‘소년이여 야망을 품어라’는 명언을 남긴 미국의 교육자) 선생님의 가르침도 아니며, 인쇄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이것은 나 개인이 던지는 메시지다. ‘넓은 아파트와 안정된 직장에서의 작은행복’을 추구하며 노인들의 비위나 맞추고 있는 젊은이는 매력이 없다 청년은 그와 같은 ‘안전한 마권(馬券)’보다는 ‘위험한 마권’에 손을 대어야만 일확천금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큰 엉덩이를 품으라는 것은 엉덩이가 큰 글래머를 껴안으라는 말이 아니라 원초적인 성적 르네상스의 꿈을 키우라는 이야기다”(본문 중)

자신이 품었던 자유로운 이상을 강하게 권고 하면서도 일탈도 나쁘지 않다면서 불량소년 입문, 가출입문, 도박의 세계 등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글을 남긴다. 단, 그 속에 담긴 진실은 결코 방황을 부추기는 것이 아님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는 있게 해놓았다.

제목을 앙드레 지드의 작품 `지상의 양식‘ 서문에서 힌트를 얻은 바, 지드가 남긴 글처럼 “다 읽고 나면 이 책을 던져 버려라. 그리고 밖으로 뛰쳐 나가라. 이 책에 너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켜주길 바란다. 너의 집에서, 너의 서재에서 그리고 너의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힘있는 톤으로 말한다.

(사진 = 1.영화포스터 2.데라야마 슈지 출처 www.terayama.co.kr)[북데일리 송보경 기자]ccio@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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