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국고전에 대한 새로운 고증과 현대의 만남을 이룬 출판물들이 여러출판사에에서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용 책이라고 한정짓기에는 너무 아쉬운 고전시리즈가 대교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얼마 전에 나온 신간 <홍길동전>(대교. 2007)은 고전의 영웅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홍길동전>하면 교과서는 물론이고 우리가 참 많이 접하게 되는 우리의 고전 중 고전이다. 도술을 부리고, 탐관오리를 혼내주면서, 불쌍하고 가난한 백성을 도와주는 착한 길동은 요즘 아이들의 TV 에서 만나는 만화주인공과 겨뤄보아도 비교도 안 되는 슈퍼히어로이다.
이번에 나온 홍길동전에는 이용규님의 그림이 그멋을 더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나오는 한국적인 삽화가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것이 잔잔하면서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 고전하면 흑백의 그림이 생각나는데, 원색의 판화의 기법이 남다르게 보여진다.
또한 허균의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고전을 읽는 매력을 잘 준다. 무엇보다 형이나 아버지의 길동에 대한 사랑이 보여 감동적이다. 거기다 어떤 책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려고 묘사되기도 하고 형도 그러한데, 이 책에서는 이두부자가 홍길동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표현이 간간히 나와서 보는 이의 마음이 넉넉해진다.
책안의 한문자를 쓴 말이나 여러 가지 우리가 모르는 표현을 132가지나 덧글로 풀어주는 센스는 무거운듯 느껴지는 고전을 읽기를 더 수월해준다. 어른들도 대충의 뜻만 알던 것을 본뜻을 알게 되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대목이 그렇다.
검부저기: 먼지나 실밥 따위의 여러 작은 물질이 뒤섞인 검부러기.
벼리: 그물이나 과녁을 버티는 줄, 여기서는 근본, 모범의 의미로 쓰임.
갈충보국: 충성을 다하여 나라의 은혜를 갚음…….
마지막으로 길동이 도술을 부릴 때 쓰는 말들이 정말 이색적이어서 하나 소개해본다. 축지법을 쓸 때, 쓰는 도술어인데, 중국의 역사적인 말들의 이름이 이색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적토마야 달리 거라. 천리마 앞서느냐?,적로마 내달리고
한혈마 뒤서느야, 절영마 울음소리, 조황비전 번개 친다.
한혈마: 피땀을 흘릴 정도 매우 빨리 달리는 말이라는 뜻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나는 명마를 이름.
절영마: 중국의 삼국시대 조조의 애마로, 절영은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다는 뜻
조황비전: 조조의 또 다른 애마로, 발굽이 누렇고 번개같이 빠른 말.
우리의 고전을 너무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새로이 발간되어지는 여러 고전들은 외국소설과 현대의 판타지 물결 속에서 아마도 흥미진진하지는 고전의 여유로움과 은은한 재미를 더 해줄 것 이라고 기대된다. 논술과 더불어 고전을 익히는 재미를 만끽해보자.
[최지인 시민기자 jian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