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짙게 밴 고전의 향기
판타지에 짙게 밴 고전의 향기
  • 북데일리
  • 승인 2008.01.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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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판타지는 무척 매력적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얽매여 있는 영혼을 맑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고전 중에 이런 판타지의 세상이 있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심청전이나 박씨부인전과 같이 판타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방대하게 펼쳐지지는 않는다.

이승과 천상의 세계 그리고 신선의 세계와 용궁의 세상을 오고 가며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신출귀몰하는 신통력과 도술로 박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 되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바로 <금방울전>(창비. 2006)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고전을 작가 김지우가 이해하기 쉬운 현대어로 잘 풀어낸 책이다. 거기다 이종미의 멋진 삽화가 곁들여져 감동이 더해지고 있다. 원본은 언문으로 쓰여 있어, 17 세기 경에 이름 없는 서민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부인을 둘씩이나 가지는 것은, 당시의 사회상을 이해할 수 있는 재미까지 더해져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해룡은 동해 용왕의 셋째 아들이고 금령은 남해 용왕의 딸이다. 그리고 해룡의 첫째 부인인 금선 공주는 황제의 공주로서 귀함의 극에 올라 있다. 주인공들의 활략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일치하고 있어서 사실감을 느낄 수 있다.

고전이라고 하면 우연적 구성으로 인해 황당한 이야기가 많지만 금방울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주인공인 해룡이 새어머니와 동생인 소룡에게 당하는 고통을 보면 화가 분통이 터질 정도이다. 그래도 해룡은 그런 모든 아픔을 극복하면서 나중에는 은혜로 보답하니, 어찌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금령의 활력도 대단하다. 장차 남편이 될 해룡을 구해주는 지극정성은 사랑의 승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요괴 금 돼지의 뱃속에까지 들어가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해룡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디 그뿐인가 흉노 장군의 계략에 걸려 죽을 위험에 빠져 있었을 때에도 금령의 도움이 없었다면 살아나지 못하였을 것이다. 아슬아슬한 위기는 감동의 정도를 높여주고 있다.

금선 공주와 금령의 시기하지 않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남자 하나를 두고 두 여자가 지극정성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현대와는 맞지 않는다. 그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고정의 향기로 여긴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독서를 통해 삶의 여유를 가지게 하는 좋은 책이다. 고전의 향기에 풀 빠져들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기쁨이 샘솟는다.

[정기상 시민기자 kee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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