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문자로 보낸 ‘진심’, 그 순간만큼은 ‘진정한 나’
[책속의 지식] 문자로 보낸 ‘진심’, 그 순간만큼은 ‘진정한 나’
  • 윤혜란 시민기자
  • 승인 2016.03.25 0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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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지옥> 도이 다카요시 지음 | 신현정 옮김 | 새움

[화이트 페이퍼] 문자로도 진심을 나누는 사이가 가능할까? 휴대폰 문자로 교환되는 정보의 양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음성 통화를 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친구지옥>(새움. 2016)에서는 휴대폰 문자가 지금 이순간의 ‘진정한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서 친구를 만날 때 나누는 대화가 따로 있고 문자로 나누는 대화가 따로 있다. 문자로 이야기 하는 것과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엄청 다르다. 학교에서 나누는 대화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진심이 아니다. 하지만 문자는 진심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은 진심이다. 그래서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실제 인간관계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대화보다 문자를 이용한 대화가 진심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준비와 긴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자를 통해 사회적 역할 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감각적인 것을 통해 자신의 순수성을 찾고자 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문자를 매개로 한 대화이자 언어의 중요도가 낮은 휴대폰 문자가 진심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때론 이모티콘 형태나 사진 전송만으로도 메시지 교환이 빈번이 일어난다. 한 학생은 문자보다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 상대방의 기분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충동과 감각에서 찾고자 하는 순수성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일관성도 없다. 이처럼 단편화된 자신은 ‘지금’이라는 이 순간만 사실이라고 느낀다. 넒은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 않으면 오히려 안심하지 못하고 시간 사이의 공백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지금 느낀 충동과 감정은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문자로 보내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시간이 지난 후에 아무리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해도 그 순간 느꼈던 자신의 진짜 기분, 즉 순수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 만나서 하는 ‘교제’만으로는 순수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 ‘문자가 진심’인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상대방의 상황과 형편에 개의치 않고 바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휴대폰 문자로 교환되는 정보의 대부분은 순간순간의 단편적이고 소소한 감정들이다. 때문에 특별한 내용도 없다. 그러나 순수함을 자기중심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순간순간의 이런 소소한 감정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194-918쪽, 일부 수정)

휴대폰은 더 이상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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