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욱하는’ 이유? 감정을 토해낼 곳 없기 때문
[책속의 지식] ‘욱하는’ 이유? 감정을 토해낼 곳 없기 때문
  • 윤혜란 시민기자
  • 승인 2016.03.23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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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지옥> 도이 다카요시 지음 | 신현정 옮김 | 새움

[화이트 페이퍼] 요즘 젊은이들은 ‘욱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욱하는 감정의 과도함으로 인한 인격·행동 장애 환자 64%가 젊은 층이다. 젊은이들은 왜 ‘욱하는’ 것일까?

<친구지옥>(새움. 2016)에서는 젊은이들이 ‘욱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먼저 ‘욱하다’라는 표현은 토할 것 같은 생리적인 불쾌감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전에는 ‘화가 나거나 부아가 치미는’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말이었지만, 요즘에는 인간관계에 동반된 사회적 혐오감을 가리킨다. 이러한 의미로 ‘욱한다’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부터다.

일반적으로 ‘열 받는다’나 ‘뚜껑 열린다’와 같은 표현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상태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상대를 향해서 분노를 나타내면 당연히 반응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해야 한다. 즉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한편 그것은 서로간의 충돌을 회피함으로 원만함을 유지하고자 하는 ‘친절한 관계’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

그에 비해 ‘욱한다’는 자신의 생리적인 반응을 가리키는 말로, 반드시 타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 당사자나 사물에 화를 낼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사람들은 상대와 대립할 각오가 서지 않는 한, 덮어놓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화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화를 내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불만 에너지를 발산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립을 회피하는 ‘친절한 관계’ 속에서는 좀처럼 화를 낼 수 없기 때문에 해소되지 않는 감정에 가슴이 메어 ‘욱하게’ 되는 것이다. 즉, 분노를 폭발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토해낼 수 없을 때 ‘욱하는’ 감정이 끓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한편 생리적으로 ‘욱해버리는’ 상대에 대해 ‘욱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적 훈계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호소하는 학생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당사자들도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정리하고 상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응어리진 감정의 에너지는 점점 쌓여간다. 분노를 표현함으로써 그 에너지를 조금씩 분출한 기회조차 없다. 그 결과 내부에 쌓인 감정 에너지는 늘 출구를 찾아다니게 된다. (52-24쪽, 일부 수정)

화(火)를 참지 못하는 사회다. 이에 ‘욱하는’ 모습은 비단 요즘 젊은이들만의 모습은 아니다. 분출되지 못하고 쌓인 감정 에너지는 때론 사회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와 같은 충동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분노를 제때 적절하게 풀어주는 게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건 오히려 분노를 더 키운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때보다 스스로 정신건강을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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