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책] 친구는 존재감 인증수단? ... ‘친절한 관계’가 만든 ‘친구지옥’
[추천! 이책] 친구는 존재감 인증수단? ... ‘친절한 관계’가 만든 ‘친구지옥’
  • 윤혜란 시민기자
  • 승인 2016.03.23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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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지옥> 도이 다카요시 지음 | 신현정 옮김 | 새움

[화이트 페이퍼] ‘친절함은 있지만 친밀함은 없다.‘ 요즘 젊은 세대의 친구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 그저 자기 존재의 인증수단으로서의 친구만 존재할 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과도한 친절을 베풀며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정작 마음을 터놓고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진짜 친구는 없다. 그야말로 ’친구지옥‘에 갇힌 셈이다.

<친구지옥>(새움. 2016)은 과도하게 몰입된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서 느끼는 중압감으로 인해 신음하는 젊은 세대들의 실상을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책은 일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도 점차 대두되는 문제로 간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책은 '친절한 관계'라는 개념을 키워드로 삼아 삶의 고통에 대응하며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여기서 '친절한 관계'란 ‘대립의 회피’를 최우선으로 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인간관계를 말한다.

책에 따르면 이지메(왕따 또는 집단 따돌림)는 어디까지나 인간관계에 대한 중압감을 덜기 위한 기술로서 생겨났다.

현대의 일본 젊은이들은 타인을 민감하게 의식하며 상대로부터 반감을 사지 않도록 항상 마음을 쓴다. 이것을 인간관계에서 살아남는 지혜라고 여긴다. 특히나 이들은 대립의 씨앗이 될 말한 일은 피한다. 충돌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애매한 표현’이다. “개인적으로 이게 어떨까 싶은데...”처럼 단정을 피하고 “아아 그렇구나...”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듯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과 미묘한 거리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생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그렇구나’ 식의 애매한 수긍만 있는 대화에는 자연히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대립점을 숨기기 위해 관심의 초점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판 이지메가 생겨났다. 즉, 서로의 관심을 이지메의 피해자에게 집중시켜 ‘친절한 관계’에서 생기는 대립점의 표면화를 기피하고자 하는 것. 대립의 불씨는 덮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상황에서 중압감을 덜기 위한 일종의 기술이 바로 '이지메'인 셈이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친절한 관계'는 있지만 '진정한 소통'이 없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가고, 모바일 소설이 유행하고, 휴대폰을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한 모습들. 책은 이 모두가 ‘친절한 관계’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문제이며 한 세대의 특수성을 넘어 전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책은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고립에 대한 불안함이 낳은 ‘친절한 관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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