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폴 오스터의 은밀한 성장 스토리 ‘내면 보고서’
[신간] 폴 오스터의 은밀한 성장 스토리 ‘내면 보고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17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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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폴 오스터의 신작 <내면 보고서>(열린책들.2016)가 나왔다. 책은 폴 오스터의 유년 시절 이야기부터 청년 시절의 기억을 따라 치열하게 글을 썼던 초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내면을 탐사하는 회고록이다.

누구나 거쳤을 어린 시절을 기록한 회고록이지만, 화자가 1인칭이 아니라 2인칭, 즉 타인의 시간과 마음을 다루듯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감성의 언어는 남다르다.

'여섯 살. 어느 토요일 아침 이제 막 옷을 다 입고 신발 끈을 매고(이제는 다 컸다. 제 할 일은 다 할 수 있는 소년이다),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다 마치고, 이른 아침 봄날 햇빛 속에서 서 있는데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평안과 기쁨을 억누를 수 없는, 황홀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당신은 혼잣말을 했다.

여섯 살보다 더 좋은 건 없어. 여섯은 될 수 있는 나이 중에서 단연코 최고의 나이야. 당신은 그 순간을 3초 전만큼이나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아침으로부터 5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당신 안에서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또렷하게, 당신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기억들 중 그 어느 것보다도 밝게 타오르고 있다.'(19~20쪽)'

어린시절 강렬하게 남은, 자의식 탄생의 순간을 그린 대목이다. 오스터는 스스로 생각이 시작되는 때 우리의 삶은 그 시점부터 새로운 차원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특히 오스터가 대학 시절 주고받은 연애편지에는 그의 젊은 시절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겼다. 풋풋한 사랑 고백부터 글 쓰는 고뇌, 불안한 청춘에 느끼는 외로움 등 젊은 시절 그의 신선한 모습이 담긴 작품은 오스터 세계에 빠져든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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