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이 놀이이자 휴식이 되주는 제주의 삶... 서울토박이의 제주살이
[신간] 일이 놀이이자 휴식이 되주는 제주의 삶... 서울토박이의 제주살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3.1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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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김재이 지음 | 부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2010년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제주 이주 붐. 그 열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제주 ‘이주 붐 1세대’라 불리는 그들은 지금 어떻게 정착했을까.

신간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부키. 2016)는 제주 이주민 1세대 이야기다. 책을 쓴 김재이 부부는 2011년부터 제주에 살고 있다. 그들의 제주 정착이 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휴식이 되고 휴식이 삶이 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십 대에 작은 이동통신 가게를 연 뒤 요식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줄곧 영세 자영업자로 살아온 그녀에게 서울은 자영업자의 각축장이었다.

“오전 11시에 식당 문을 열어 오후 9시에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나름의 영업 원칙이긴 했지만, 영업 개시 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공들여 식자재를 준비하고 영업이 종료된 후에도 다음 날 장사를 위해 뒷정리도 소홀히 할 수 없었으니 늦은 밤 녹초가 되어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니 실제 노동 시간을 따져 보면 하루 15시간을 웃도는 셈이었다.

늦은 나이에 모아 둔 돈 없이 시작한 초라한 신혼 살림이 우리 부부를 쉼 없는 노동으로 내몬 가장 큰 이유일 듯싶다. (중략) 우리는 사력을 다해 앞으로 달렸다. 남보다 늦게 시작했고, 남보다 부족했고, 남보다 나은 배경도 없었다. 늦게 시작했으니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증과 실패를 맛봤다는 불안감이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14~15쪽)

그러던 어느 날 오토바이 배달을 나갔던 남편이 큰 사고를 당한다. 그녀 혼자 영업을 끝내고 녹초가 된 몸으로 두 달째 입원중인 남편을 면회하러 간 날, 그들은 결단을 내린다. 귀촌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

그들은 제주도에 어떤 연고나 넉넉한 돈도 없었지만 40년 된 농가주택과 20년 된 슬래브 주택을 선택한다. 작업자를 구하지 못해 셀프 리모델링으로 집을 꾸미고 레스토랑을 차린다. 그 과정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책은 그곳에서 만난 이웃집 ‘오야지 할망’부터 제주에 정착한 여러 이웃들까지 소개한다. 그를 통해 휴식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제주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뼛속까지 서울 토박이였던 저자는 제주에서 도시살이의 후유증을 치유했다. 이제 부부는 ‘육지것’에서 ‘제주것’으로 정체성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들은 또 다시 제주 남단의 가파도로 옮기려하고 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제주에 대해 또 한번 환상을 품게 하는 책이다. 그 환상이 장밋빛만은 아니어서 좋다. 제주 이주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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