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느라..." 작가 김진규 `맨밥의 추억`
"책 사느라..." 작가 김진규 `맨밥의 추억`
  • 북데일리
  • 승인 2008.01.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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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없이 맨밥만 먹어 봤나요?”

[북데일리] 소설 <달을 먹다>(문학동네. 2007)로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김진규 작가. 그녀는 대학 시절 반찬도 없이 맨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잦았다. 책 때문이었다. 집에서 보내준 돈을 모조리 책을 사는데 썼던 것.

그래도 즐거웠다. 맨밥을 씹으며 인상을 구기다가도 쌓아둔 책을 보면 웃음이 나왔다. 책이 밥보다 좋은 시절이었다.

최근 자택 인근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소문난 책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책장에 오래된 책이 가득했어요. 그걸 언젠가는 독파하겠다는 생각으로 읽었어요.”

작가의 집은 가난했다. 좁은 집에 부모님과 두 오빠, 세 명의 언니가 부대끼며 살았다. 아버지는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날이 많았다. 숨 쉬기조차 힘든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책장. 없는 살림을 생각하면 가당찮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래된 책과 함께였다.

종류는 다양했다. 법전부터 난중일기, 소설, 인문학 서적까지 빼곡히 꽂혀 있었다. 아버지 욕심이었다. 총명했던 아버지는 늘 배움에 대한 마음이 깊었다. 하지만 팍팍한 삶은 그 뜻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책에는 먼지만 쌓여갔다.

이를 털어내기 시작한건 작가와 언니, 오빠들이었다. 마땅한 장난감이 없어 그 대신으로 한 권씩 빼들고 읽었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서로 경쟁이 붙어서였다. “언젠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러다 고3이 끝나고부터 광적으로 읽어댔다. 대학에 가서도,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적게는 한 달에 한 권, 많게는 일주일에 10권 정도를 봤다. 1년에 100권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예사였다. 인터넷에 블로그를 운영하고부터는 4년간 꾸준히 글도 썼다.

수십 년간 이런 생활이 반복되자 결국 사고를 쳤다. 처음 써 본 소설로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것. 그간 독서를 통해 켜켜이 쌓아둔 감성과 글쓰기의 열정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등단한 지금 그녀는 “무섭다”고 말한다.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 무턱대고 쓴 글이 독자들에게 거부감으로 다가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어서다.

그래서 목표도 ‘칭찬받기‘다. “많은 독자에게 두루두루 칭찬 받을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이 작가의 소망이다.

현재 그녀는 또 다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을 쓰는 중이다. 당시 소시민들의 삶을 밝은 분위기로 복원해보려 한다.

이런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된다. 작가의 인생 옆에 쌓아 둔 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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