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이 아픈 다섯 가지 이유
아이들 마음이 아픈 다섯 가지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8.01.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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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이현의 <짜장면 불어요!>(창비. 2006)는 힘차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이 겪는 일상의 자잘한 갈등이 시시콜콜하지 않아 좋다. 얼핏 보기에 아이들은 밝고 명랑하다. 비록 철부지이지만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고 어른들은 흐뭇해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말일까? 를 의심할 정도로 그늘진 곳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아이들이 당돌하게도(?) 어른들과 부닥치는 것은 외로움에 대한 거센 반발력이다. 이 모두가 물질적 풍요로움에 가려진 아이들의 불완전한 성장의 고통이다. 그러나 불완전하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을 문제아로 미워해서는 안 된다. 저자 말대로 "그게 뭐 어때서?"라며 좀 더 가까이 당차게 다가서야 한다.

여기 남들과 달리 자기만의 목소리로 힘껏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서『짜장면 불어요!』는 이 책의 실려 있는 다섯 편의 동화 중 하나이다. 타이틀인 만큼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철가방을 사이에 두고 기삼이와 용태는 한바탕 설전(舌戰)을 벌인다. 이제 열일곱에 불과한 나이에 인생 수업을 다 마쳐버린 듯한 기삼이의 어른스러움에 비하면 용태는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다.

그러나 운칠기삼! 즉 운이 70%이고 기회가 30%인데 기삼이는 말 그대로 운이 없는 아이다. 용태처럼 공부할 수 없다. 대신에 어린 나이에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그냥 용돈 수준이 아니다. 철가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학교가 아닌 중국집에서 세상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오히려 하고 싶지 않는 공부를 죽도록 해야 하는 용태에게 핀잔을 준다. 또한 왜 폭주족처럼 달리느냐고 결정타를 날리는 용태에게 너도 나도 `빨리빨리` 주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간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이처럼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이현의 동화에는 반전의 묘미가 신선하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붙들고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뒤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기대는 더욱 긴장감이 넘쳐났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아이들의 문제를 녹여내는 명쾌함이 남다르다.

다음으로 「우리들의 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얼짱인 남자 친구가『하울의 움직이는 성(城)』을 봤는냐는 질문에 사춘기 소녀 현경이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한다. 그러다 남자 친구와 우연히 첫 키스를 하게 된 현경이의 잔뜩 긴장한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귓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정작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이 여지없이 산산조각 났다.

사춘기 소녀에게 일어나는 성(性)의 고민이 아이러니하게도 코믹하다. 이처럼 누구나 겪었을 첫 키스에 대한 기억을 건드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아련함 속에서 사춘기 남녀 사이의 우정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다. 이러면 안 돼, 이러지 말아야지 하며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밖에도 「3일간」「봄날에도 흰곰은 춥다」「지구야 잘있지?」등도 아이의 느낌과 생각을 현실성 있게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특히「지구야 잘있지?」는 우리에게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된다. 미래의 지구를 걱정하는 수준이 아이답지 않다.

미래에는 전쟁으로 인하여 월드컵도 열리지 않는다. 더 이상 재미없는 지구에서 민규는 운 좋게도 노아크 호를 타고 지구 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가 멸망하기를 기다리는 노아크 호의 음모가 밝혀지면서 민규는 지구를 걱정한다.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니 어떻게 하면 지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지구에는 여전히 가족, 친구들이 살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유년의 추억을 더듬고 있는 다섯 편의 동화를 통해 처음에는 우리를 지구 밖으로 탈출하게 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한다. 작가는 모든 고통이 사람에게 나오듯 고통을 이겨내는 힘 역시 사람에게 있다고 말한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에게 세상은 양파와 같다. 양파의 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다 보면 눈물이 난다.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평범한 눈물조차 아쉬워한다. 얼마든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도 어른들은 여전히 노하우가 부족하다. 그것이 뭘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임재청 시민기자 ineverland@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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