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0통 메일폭탄` 책 전도사 얘기
`매일 300통 메일폭탄` 책 전도사 얘기
  • 북데일리
  • 승인 2008.01.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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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매일 300통 이상의 메일 폭탄을 받아도 싱글 벙글하는 남자가 있다. 주인공은 미국의 존 우드(John Wood). 1999년 지구촌 빈민 지역에 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사회적 기업 룸투리드(Room to Read)의 총수다.

그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메일 내용에 있다. 책을 기부하겠다거나,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는 등 자선에 관련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것. 때문에 터질 듯 꽉 찬 메일함이지만 아무리 봐도 싫지가 않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999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양의 이메일은 스트레스의 주원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임원이었던 그는 늘 업무 메일에 시달렸다.

그러다 1998년 여름휴가를 맞아 네팔로 떠났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위해서였다. 거기서 그는 한 중년의 네팔인을 만났다. 자신을 네팔 교육부의 관리라 소개한 그는 이웃 마을의 학교로 가는 길이라며 동행을 제안했다.

이에 우드는 호기심이 발동해 무작정 그를 따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를 기다린 건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학교에는 20명이 앉기에도 모자란 공간에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대끼며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생들 앞에는 단 한권의 책도 놓여있지 않았다. 여행자들이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문고판 소설이나 배낭여행 안내서 몇 권은 자물쇠가 채워진 책장 속에 보관돼 있었다. 말을 들어보니 책이 하도 귀해 훼손하지 못하도록 해놓은 방편이었다.

돌아가는 우드에게 교장은 “우드 선생, 혹여 다음에 다시 들를 일이 있으면 책 좀 가져다 주시겠습니까?”라고 부탁했다.

마음이 흔들린 그는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돌렸다. 네팔에서의 일과 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순식간에 3000권의 책이 모였다. 이듬해 이를 가지고 네팔을 다시 찾았다. 거기서 지구촌 빈민 지역에 도서관을 세우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국 후 마이크로소프트에 사표를 제출하고 룸투리드를 설립했다. 탄탄대로의 삶을 포기한 결심이라 동료들은 의아해 했다.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여자 친구는 우드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2006년 말 현재 3300만 달러 이상의 현금과 현물기부금을 모았다. 또한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라오스, 스리랑카, 남아공 등으로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혀 모두 3870개의 도서관과 287개의 학교를 세웠다.

미국의 경제 전문 월간지 ‘패스트 컴퍼니’와 컨설팅 업체인 모니터 그룹이 공동 선정하는 ‘사회적 자본주의 상’을 2004년부터 3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공이 가능했던 까닭은 비영리 활동이지만 기업가의 방식을 접목해서다. 그는 누구보다 시장의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조직의 규모와 성장, 성과를 강조한다. 때문에 비용 절감을 중시해 짠돌이 경영을 하고, 활동가들의 실적을 분기별로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한다.

또 거액의 기부금 위해서라면 세계의 모든 도시로 날아간다. 여기서 우드는 “사업을 시작해서 첫 6년간 스타벅스는 500개의 커피숍을 열었지만, 룸투리드는 1000개가 넘는 도서관을 세웠습니다.”라는 말로 기업가들을 설득한다.

룸트리드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과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견주면 새 발의 피”라며 지금도 분주히 움직인다.

신간 <보노보 혁명>(부키. 2007)에서 이런 우드의 활약을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책은 룸트리드 외의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소개한다.

다음은 그가 2007년 2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 중 일부다. 기부에 인색한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 봄직한 말이다.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될 필요는 없다. 안젤리나 졸리나 브래드 피트처럼 잘생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는 그리 큰돈이 들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의 소녀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데는 250달러면 된다. 도서관 하나 세우는 비용은 2000달러에 불과하고, 1만~1만 5000달러면 학교도 세울 수 있다.”

(사진제공=부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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