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잘 보면, 논술도 잘 쓰지요"
"영화 잘 보면, 논술도 잘 쓰지요"
  • 북데일리
  • 승인 2008.01.08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신쌤의 시네마 통합논술> 저자 신진상씨

[북데일리] 영화를 활용한 논술 글쓰기 책이 나왔다. 논술전문가 신진상 씨가 펴낸 <신쌤의 시네마 통합논술>(다산초당 펴냄)이다. 영상을 통해 문자언어를 조직화하는 법을 알려주는 아주 특이한 책이다.

방법을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성형수술의 유행과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짚어보고, 액션 영화 ‘스파이더맨3’의 갈등하는 스파이더맨을 통해 영웅과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중들이 웃고 넘기는 영화라는 매체를 교육 활용 방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저자 신씨는 조선일보 편집국 IT팀 기자를 거쳐 2004년부터 독해전문가, 글쓰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쌤의 통합논술 완전정복> <아이야 독서하자 논술하자>, <논술이 별거냐?>, <초등 독서가 대학을 결정한다> 등의 책도 썼다.

기존 논술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시네마 통합논술’이라는 독특한 교육법을 주장하는 그를 만나 출간과 관련한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그가 출강 중인 압구정 최강학원에서 이루어졌다.

문) 통합논술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존 논술이 고전을 배경지식으로 ‘무엇에 대해 논술하시오’처럼 두루뭉수리하게 논제를 제시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붕어빵 논술’이 되기도 하구요. 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서 사실상 큰 변별력을 얻기도 어려웠죠. 윤리와 사회문화, 정치경제 등의 교과목을 통합해서 요약이나 설명, 해설이나 평가, 그리고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문) 신문의 사설보다는 책읽기, 그리고 서평쓰기가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는데요.

“이전의 논술이 정체성 문제라거나 존재론 중심이었다면, 요즘의 논술경향은 이슈와 쟁점에 대한 시사논술이 주류를 이룹니다. 하지만 사설은 회사의 방침이나 논조에 영향을 받기 쉽고 다소 감정적인 표현도 많습니다. 다만, 논술과 비슷한 분량으로 내용의 완결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많이 참고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요약하고, 평가하는 것이 논술공부에 더 도움이 되죠.

고 3 수험생들이 수능 이후에 ‘반짝’ 논술 공부를 하니까 그런 건데, 중학교, 고 1, 2학년 때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필요가 있죠. 남의 생각을 제 생각처럼 우겨넣는 것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문) 현재 입시현실이 금방의 효과를 바라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으실 듯합니다.

“네. 다들 주위에서 말립니다. ‘돈이 안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어차피 논술의 비중은 점점 늘어갈 것이고, 당의정 같은 논술교육도 점차 바뀔 테니까 논술교육의 기반을 닦아간다는 생각으로 길게 보고 있습니다.”

문) ‘시네마 통합논술’은 어떤 계기로 출간하게 되었습니까?

“학생들이 책 읽는 것은 너무 힘들어 하는데, 영화는 다들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관심 많은 영화를 매개체로 논술에 적용해본 것입니다. ‘괴물’이란 영화를 봐도 거기에는 신자유주의와 신가족주의가 녹아 있거든요.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죠.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와도 비슷한데, 결국 신뢰회복과 소통의 문제잖아요.

이런 얘기를 학생들과 나누다 보면 너무 재미있어 해요. 아이들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의식도 제기하거든요. 책처럼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에요. 자신의 느낌이 있어야 글도 쓰잖아요. 여기서 선생님은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안내자 역할을 하죠.”

문) 책에서 제시하는 단계별 글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4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1단계는 얼개 짜기, 2단계는 쪽글 쓰기, 3단계는 통합논술 형식 적응하기, 4단계는 실전 논술에 도전하기 이렇게 돼요. 조금 자세히 말하자면. 1단계의 핵심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키워드를 뽑는 것이에요. 마인드맵을 통해 생각의 그물 짜는 것, 항목화를 통해 영화 내용을 정리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거죠.

2단계는 200~400자 내외의 쪽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논술의 기본기인 요약하기, 서론-본론(원인 규명, 사회 문제점 찾기, 대안 찾기)-결론 써보기(본질적 가치 강조하기) 등을 구체적인 영화를 통해 설명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통합논술의 6가지 형식인 찬반형 논술, 비판형 논술, 분석형 논술, 조건형 논술, 설득형 논술, 변론형 논술의 실제 글쓰기가 중심이에요. 이것만 탄탄하게 연습했다면 마지막 네 번째 단계인 실전 논술에서는 누구나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죠.”

문) 2012년부터 국어 과정에 ‘매체 언어’ 과목이 신설된다고 하는데, 어떤 것입니까?

“인터넷 언어를 포함해 신문, 잡지, 사진, 영화, TV 등의 대중매체의 언어를 배우는 과목입니다. 출판계의 경우에 영상매체에 대한 거부감과 피해의식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서로 공존하는 것이죠. 책은 영상언어가 선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걸 다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문) IT기자를 하시다가 논술교육을 시작하셨는데요.

“벤처 열풍 때 신문사에 있었는데, 아내 때문에 논술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통섭’이란 말을 쓰잖아요. 개인적으로 전방위적 사고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도그마에 갇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책읽기를 워낙 좋아해요.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논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문) 논술,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영화를 보더라도 대충 보지 말고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 보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같은 경우도 결국은 소통의 문제거든요. 그걸 개념화하는 게 필요하죠. 나의 생각과 느낌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도 고민해 보고요. 또 하나는 연결고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영화와 책, TV나 광고 등으로 여러 매체를 넘나들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게 필요해요.”

[신기수 책전문기자 movie@popzen.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