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민초들의 분노, 왕을 끓여 먹는 ‘성계탕’
[책속에 이런일이] 민초들의 분노, 왕을 끓여 먹는 ‘성계탕’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04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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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 권경률 지음 | 앨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전장을 누비던 영웅 이성계는 무장과 재상 시절과 다르게 임금이 되고 난 후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나라를 세워 그랬을까. 민심도 말이 아니었다. 당시 이성계를 향한 분노의 음식이 유행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이른바 ‘성계탕’이라는 음식이다. 태조 이성계가 돼지띠라는 점에 착안해 돼지고기로 끓인 탕을 이렇게 부른 것이다. 모두가 새 왕조를 반겼던 것은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조랑떡국’도 마찬가지다. 떡국을 만들 때 떡을 가지런히 썰지 않고 손으로 수제비를 뜯듯 둥글게 떼어 넣었다. 마치 이성계의 목을 비틀 듯, 떡을 비틀어 넣으며 미움을 표출했다.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앨피.2015)에 따르면 이런 미움은 역성혁명 과정에서 고려 왕조의 기득권 세력이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한 데서 비롯됐다. 정치적 숙청은 일가와 측근들의 떼죽음으로 이어진다. 토지개혁으로 경제적 기반을 강탈당한 세력도 적지 않았다.

개경을 중심으로 반(反)이성계 정서가 위험수위에 이른 것이다. 결국 피 위에 세워진 권력의 말로는 두 차례의 왕자의 난과 풍질이라는 병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권력무상權力無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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