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사랑하는 이에 편지한통 어때요?
새해, 사랑하는 이에 편지한통 어때요?
  • 북데일리
  • 승인 2008.01.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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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통신의 발달로 한자 한자 정성들여 편지를 쓰던 일은 그야말로 옛 추억이 된 요즘이다. 그 추억을 더듬어 편지를 쓰던, 또한 편지를 받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절로 퍼지며 전화나 이메일로 채워지지 않는 따뜻함이 온 가슴을 충만하게 채워지는 기분이 들기 마련. 특히 사랑하는 이로부터 받은 편지라면 그 감동은 곱절에 달한다.

여기 멀리 떨어진 두 연인이 편지를 통해 서로 감정을 나누고 그리움과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따뜻하게 그린 <추신>(바움. 2007)이 있다.

이 책은 1988년 여름에서부터 꼭 1년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 80년대 후반이다 보니 도쿄의 아키코와 홋카이도의 야마다의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편지다. 물론 전화라는 통신수단이 있었지만, 시외통화 시 적잖은 비용이 들던 시기였으니 마음을 전하는데 편지만한 것이 없다.

며칠이 걸려야만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이 편지의 특성이지만, 그 속에서 일상의 사소한, 또는 진지한 이야기를 담아 전한다. 정작 편지의 본문에서는 쑥스러워 할 수 없었던, 그러나 꼭 하고 싶은 말들을 추신에 덧붙여 보낸 후 답장을 기다리는 것이 편지만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런지... 특히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편지 속 추신은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알아가는 또 다른 이야기로 잔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아키코는 서점에서 일어난 일들과 손님들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며 이런 추신을 남긴다.

“한가할 때는 아무도 몰래 <스피드 요리 100선>이란 책을 보고 있어요. 무서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제 요리 솜씨를 기대하세요.”

그리고 돌아온 야마다의 편지 밑에 적힌 추신은 이렇다.

“추신 1. 전 음식은 전혀 가리지 않습니다.

추신 2. 위장도 매우 튼튼합니다.

추신 3. 10월에 당신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여느 연인들처럼 함께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하지는 못하지만, 편지라는 낭만적인 도구가 이들 사이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역할을 한다. 수줍게 덧붙인 추신을 통해 진심을 전하는 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가슴 속에서 느끼는 사랑의 본질, 그 깊고 무거운 떨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무자년 새해, 새날을 맞아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꼭 사랑한다고 적지 않아도 좋다. 상대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만 있다면 제 아무리 짧은 연하장이라 해도 진심을 전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구윤정 기자 kido99@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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