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서 시골로 간 화가의 `아주 특별한 사연`
청담동서 시골로 간 화가의 `아주 특별한 사연`
  • 북데일리
  • 승인 2005.06.2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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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빨간 양철지붕에 사는 화가.

언뜻 들으니 `양철북`을 연상시키는 문학적 감수성과 화가라는 예술성이 `근사한`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그러나 현실의 양철지붕은 이름 그대로 여름엔 후끈거리고, 겨울엔 추운 불편함을 지불해야 하는 낡은 가옥일 뿐이다.

경북 상주의 그 빨간지붕 집에 오병욱이란 화가가 살고 있다.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 중견 예술가다.

대체 어떻게 친구들과 교육, 그리고 편리함을 벗어 던지고 외진 곳에서 살게 되었을까. 아무리 남편 의지라지만, 아내는 가만히 있었을까.

오병욱이 쓴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뜨인돌, 2005)엔 `아주 특별한 사연`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약 3년간 강남 청담동의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밤에는 선후배 작업실을 돌아다니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몸이 근질근질 할 때는 당구장에 살다시피했다. 그러다 다음과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고 한다.

"작가로서 꿈을 접고 이렇게 이리저리 현실에 떠밀려 다니다보면, 삶과 예술을 한데 묶어 화해시키지 않으면, 그림을 영원히 그릴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

그리하여 1990년, 가족을 데리고 시골로 거처를 옮겼고, 벌써 15년 째다. 그의 말을 빌면 텃밭을 가꾸고 풀꽃을 들여다보며 소풍 나온 듯 살고 있다.

아내?

저자의 아내는 많이 울었다. 책 서문에 따르면 아궁이에 불 땔 때마다 연기가 매워 울고, 찬물에 손이 시려 울고, 자장면이 먹고싶다고 울고, 내가 야속해서 울고, 자신이 서러워서 울었다.

허나, 눈물도 많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아내는 웃었다는 게 저저의 주장이다.

"젊은 날은 그런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기쁨과 슬픔이, 나뭇잎처럼 나뿌끼고 시냇물처럼 반짝이며 흘러가는 것. 슬프고 달콤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눈물과 웃음이..."

한때 시인을 꿈꾸기도 했다는 오병욱 화백은 `앵두나무, 장독대, 그물 침대, 진돗개가 있는 양철지붕 집 아래의 풍경과 화가로서의 삶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스스로 소개했다.

저자의 말대로 책엔 시골의 삶과 서정이 가득하다. 비오는 저녁 강가... 폭설이 내린 풍경... 별과 작은 연못이 있다. 견지낚시로부터 꽃을 사랑하는 법까지 시골의 일상이 흥미롭다.

이 중, 딱새가 우편함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는 이야기와 학교 강당에 마련한 작업실이 수해로 물에 몽땅 젖었던 사건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물난리로 자신이 그린 수백점의 그림이 물에 젖었을 때, 놀랍게도 단 한 점만 구사일생으로 건졌으며, 그 작품의 이름이 놀랍게도 `희망`이었다는 믿지못할 사연도 있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아름다운 자연을 소박하고, 감성 풍부한 활자로 옮겼다. 그리고 그것은 그림으로 또다시 형상화됐다.

박영택(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씨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아름답고 황홀한 별과 바다였다. 그 그림은 별과 바다를 자기 눈과 마음으로 보고 안 이들의 눈에 들어와 비로소 풍경이 되는 그림이었다." [북데일리 제성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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