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최고, 최악의 책 둘러싼 설전
2007 최고, 최악의 책 둘러싼 설전
  • 북데일리
  • 승인 2007.12.28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출판계가 분주하다. 2007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각 언론과 서점은 올해의 책을 꼽기에 바쁘다. 독자들도 저마다의 리스트를 만들어 한 해를 되짚는다.

최근 북데일리 시민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올해 마지막 토론회인 북토마토는 ‘2007년 최고 및 최악의 책’을 말하는 난상토론으로 꾸며졌다.

이날 참석한 북데일리 시민기자 서용석, 신주연, 신기수, 석지훈, 제갈지현, 북데일리 기자 김대욱, 김민영은 저마다의 견해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 치열했던 현장을 정리한다.

2007년을 풍성하게 해준 최고의 책

서용석: 올해 최고의 책으로 김연수 작가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펴냄)을 꼽고 싶습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썼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대로라면 훗날 우리나라 대표작가로 성장할 것 같아요. 한국 독자로서 자부심을 가질만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영: 김연수 작가는 여러 문학상을 휩쓸면서, 젊은 작가군 중 최고봉으로 평가 받고 있죠. 이번 작품은 ‘웰메이드 영화’와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신주연: 저는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 펴냄)과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펴냄)이 좋았습니다. <바람의 화원>은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어요. 예술적인 부분을 건드리면서 흥미를 자극한 것이 돋보였습니다. <생각의 탄생>은 읽는 내내 ‘맞아! 맞아!’를 외친 책이에요. 다양한 분야에서 자극을 받아야 깊이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 했습니다. 향후 몇 년간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갈지현: 한국 소설 중에는 <미고 내 거울 속의 지옥>(뿔 펴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상황묘사가 언어유희로 이루어진 점이 일반적인 소설과 다르게 다가왔어요.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크레듀 펴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중국에 관한 책이 많은데 이 책만큼 중국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신기수: 올해 주목할 책으로 <88만원 세대>(레디앙 펴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대 간 착취구조를 파악해서 20대의 궐기를 주장했다는 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대욱: 동의합니다. 88만원세대는 20대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어요. 그만큼 책에서 현 상황을 잘 파악했다는 의미입니다.

신기수: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남한산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의 이러지도 저라지도 못하는 사회의 미묘한 입장을 적절히 표현했어요.

석지훈: 올해는 화제작 <만들어진 신>(김영사)이 단연 눈에 띕니다. 왠만한 과학자들도 신에 대해 비판이 어렵잖아요. 그런데 도킨스가 그걸 했습니다. 과감한 시도였죠. 시간을 두고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물론 한기총에서는 분석하자고 들고 일어날 책이기도 하죠.

김대욱: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후마니타스 펴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책입니다. 민주화 이후의 득실을 압축해 담았어요.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요.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신인작가 서유미의 <판타스틱 개미지옥>(문학수첩 펴냄)도 권할 만합니다. 일본소설처럼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아요. 자본주의의 병폐를 절묘하게 건드린 소설입니다.

김민영: 역시 김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한산성>(학고재 펴냄)은 기자적 감각이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고원무립이라는 오래된 컨텐츠를 지금 시대로 잘 끌어왔어요. 문체의 변화는 기존 팬들에게 어필할만한 부분입니다. 또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들녘 펴냄)는 묻히기에 아까운 소설입니다. 다양성 측면에서 이런 책이 번역 된 사실 자체가 놀랍죠. 출판사 들녘의 저력을 확인케 한 작품입니다.

이런 책만큼은 앞으로 나오지 말았으면

서용석: 올해 충격을 준 책이 있어요. <소설 그리스 로마신화>(은행나무 펴냄)입니다.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된 책인데,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 마치 하이틴 로맨스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멋대로 하면 안돼죠.

김대욱: 저는 <불 켜진 사무실 법칙>(경덕출판사 펴냄)이 최악이었습니다. 안 좋은 자기계발서의 전형이었어요. 야근을 하는 직장인이 무능력하고 비정상이라는 투로 일반화를 하더군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해결 방법도 너무 당연한 말을 늘어놓는 게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석지훈: 기대작이었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문학수첩 펴냄)은 3재가 겹친 책입니다. 편집, 번역, 짜임새가 형편없더군요. 작가가 대충 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의 6권과 전혀 이어지지 않아요. 예로 죽음의 성물 중 하나가 투명망토인데, 전에 나왔던 망토와 능력이 완전 틀려요. 주인공 성격, 행동도 딴판이에요. 작위적인 설정은 또 어떻고요. 도망갔다가 절묘하게 나타나서 구하는 모습에 웃음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원서와 비교해서 봤는데 번역도 문제가 많아요. 고유명사, 발음이 틀린 게 눈에 띄더군요.

제갈지현: 특히 <클릭세대 정치의 바다에 빠져라>(해피스토리 펴냄)는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한 국회의원이 젊은이들에게 정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다는 취지로 썼다고 밝힌 책이에요. 그런데 자신의 경험담이나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내용만 나열하는 수준이었어요. 취지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습니다.

김민영: 저는 최악의 책으로 <시크릿>(살림비즈 펴냄)과 <걸프렌즈>(민음사 펴냄)를 꼽습니다. <시크릿>은 올해 대박을 친 책이죠. 그만큼 논란이 많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두 이루어 진다.“는 말을 300페이지로 늘린 느낌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화제가 됐다고 하니까, 독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습니다. 올해 최고 판매부수를 기록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봐요. 또 하나를 꼽자면 <걸프렌즈>입니다.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이 가는 소설입니다. 주제의식이나 문체 모두 부족했는데, 언론이 지나치게 띄워준 것 같습니다.

토론 분위기는 뜨거웠다. 본문에 거론된 책 이외에 언급된 책은 다음과 같다.

▲올해 최고의 책

<바리데기>(창비 펴냄)

<고흐, 고갱, 그리고 옐로우 하우스>(안그라픽스 펴냄)

<필름 속을 걷다>(예담 펴냄)

<가끔 가다 나는 딴 생각을 한다>(리즈앤북 펴냄)

<채식주의자>(창비 펴냄)

<미완의 시대: 에릭 홉스봄 자서전>(민음사 펴냄)

<기다림>(시공사 펴냄)

<나무열전>(글항아리 펴냄)

▲올해 최악의 책

<비서처럼 하라>(쌤앤파커스 펴냄)

<그린스펀 자서전>(격동의시대 펴냄)

<고슴도치의 우아함>(아르테 펴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솟을북 펴냄)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