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음한 사람들의 `성대` 정말 다르네
득음한 사람들의 `성대` 정말 다르네
  • 북데일리
  • 승인 2007.12.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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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흔히 판소리 명창을 두고 ‘득음(得音)‘의 경지라고 칭송한다. 여기서 득음이란 쉰 목소리와 같이 껄껄하게 나오는 소리인 ’수리성‘과 거칠면서도 최상성에서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천구성‘이 합쳐진 ’성음(聲音)‘을 뜻한다.

이를 얻기 위해 옛 소리꾼들은 피나는 훈련을 거듭했다. 산 속의 폭포수에 들어가 수련하는 ‘독공(獨功)’을 하고, 성대를 혹사시켜 피를 토했다. 간혹 그 정도가 심해 목소리까지 잃는 경우가 있었다. 전신적 부종을 막기 위해 똥물을 먹기도 했다.

언뜻 막무가내 방법인 듯 보이지만, 여기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목소리 전문클리닉을 운영 중인 김형태 박사가 저서 <보이스 오디세이>(북로드. 2007)에서 이를 분석했다. 그는 득음과정을 “단단하고 영구적인 성대결절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책에 따르면 성음은 정상적인 성대에서는 불가능하다. 오랜 시간 강한 마찰과 접촉해야 한다. 그래야 설골(혀뿌리에 붙어 있는 V자 모양의 작은 뼈) 하부의 성대외근이 발달하고 성대근의 볼륨이 커져 근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성대점막은 허물이 벗겨지고 아물기를 반복해야 한다. 이러면서 출혈이 생기고 피를 토하기도 한다. 그러면 성대 전체에 걸쳐 두툼한 볼 앤 소켓(ball and socket) 모양의 탄탄한 성대결절이 생기고 성음을 얻게 된다.

이렇게 생긴 성대결절은 일반인들과 차이가 있다. 보통의 성대결절은 목소리의 오남용에 따라 성대점막아 두꺼워진 것에 불과하다. 이는 자연 회복이 가능하다.

반면 명창들의 성대결절은 그렇지 않다. 성대점막은 물론 성대 고유층까지 굳어진다. 덕분에 성대가 완전하고 강하게 닫힌다고 거칠고 탁한 소리가 나온다. 그들은 이를 조절해 필요한 음색과 원하는 기교를 발휘한다.

다만 상처가 너무 심해 성대의 맨 아래층인 성대 인대층까지 굳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목소리는 영원히 잠든다. 적절한 결절이 생성 돼야만 비로소 득음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정상 성대(좌)와 득음한 성대(우)의 모습이다. 완연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사진제공=북로드)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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