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눈장] '오늘 지갑'에 '오늘 행복' 없다면 저축 무의미
[책속의 명눈장] '오늘 지갑'에 '오늘 행복' 없다면 저축 무의미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23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망치> 박웅현, TBWA 주니어보드 지음 | 루페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는 얘기다. 광고인 박웅현이 책에서 뿐만 아니라 강연에서도 자주하는 말이다. 그는 몇 달 전 현대 계열사에서도 그것에 대해 강연했다. 한 연구원이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아니, 미래를 준비하는 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겁니까?” 그때 그는 답을 못했다. 그는 만약 ‘천화은’ 학생의 발표를 들은 뒤였다면 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대학생들의 강연 프로젝트 ‘망치’의 스피치를 모아 엮은 신간 <망치>(루페. 2016)에 소개되는 내용이다. 박웅현이 말한 천화은 학생의 스피치 내용은 이렇다.

입시를 위해 힘든 시기, 그녀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화은아, 지금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학생이었던 그녀는 그때부터 ‘미래를 위한 저축’을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좋은 고등학교’라는 미래를 위해 그 시간을 ‘미래 은행’에 저축하며 공부했다.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다시 ‘좋은 대학교’라는 미래를 위해 3년의 시간을 저축했다. 어렵게 들어온 대학에서 이제 미래 은행에서 그간 저축해온 행복을 꺼내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대학 4학년이 되면서 취업 준비를 위해 다시 저축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수영을 시작해 1년이 지났다. 수영을 할 때 그녀는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행복하다. 하지만 수영을 하는 매일 두 시간은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취업 준비를 철저히 하거나 학점 관리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살아온 방식대로라면 ‘미래 은행’에 저축하기 위해 지금 수영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이런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동안 재테크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현명한 재테크’란 무조건 오늘의 생활을 포기하며 돈을 저축하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진정으로 ‘현명한 재테크’는 미래를 위해 왜 저축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늘 쓸 건 쓰고 미래를 위해 저축할 건 저축하는 것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진정한 ‘행복테크’라면 오늘 쓸 행복을 무조건 미래로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행복만큼이나 오늘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임을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바로 제가 사랑하는 수영을 통해서 말입니다.” (332쪽)

그녀에 따르면 오늘의 행복을 굶주려가며 미래를 위해서만 저축하는 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오늘 당장 ‘오늘 지갑’에 내가 쓸 수 있는 오늘의 행복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미래 은행’의 잔고를 높이는 일에만 신경 쓰느라 ‘지갑 속 오늘의 행복’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