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을 위한 `당찬 여주인공` 전래동화
딸들을 위한 `당찬 여주인공` 전래동화
  • 북데일리
  • 승인 2007.12.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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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딸이던 아들이던 아낌없이 사랑하는 요즘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절반(49.8%)은 `아들이 없어도 괜찮다.`고 답했다. 15년 전(1991년) `아들이 없어도 괜찮다.`고 답한 여성은 28% 정도였고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고 밝힌 여성은 40.5%였다. 15년 사이의 변화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덕분일까? 전래동화속의 그녀도 변하고 있다. 물론 옛 이야기는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심청전>이나 <장화홍련>전의 이야기를 멋대로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전래 동화속의 여인이 도대체 어떻게 바뀐다는 걸까?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온 이야기들 말이다. 나쁜 새어머니에게도 묵묵히 순종하던 콩쥐. 뛰어난 지혜로 남편의 뒷바라지만을 해 온 평강공주나 신사임당, 앞 못보는 아버지를 위해 임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너무나 착하기만 한 그녀들.

물론 효도하고 내조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착한 심성이, 뛰어난 지혜가 자신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옛날 옛적 그녀들은 오로지 부모님, 남편, 자식을 위해 존재했다는 느낌이 든다. 서글프다. 물론 어차피 모두 옛 이야기인데 별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과연 옛 이야기라는 것이 우리가 듣고 자라온 그것들 뿐일까? 어쩌면 우리가 들어온 이야기는 당시의 사회적 성향에 맞게 걸러져서 전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출시된 <재주 있는 처녀>(2007. 시공주니어)를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이 이야기는 베를 짜는 재주가 특별한 주인공이 자신에 걸 맞는 신랑감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많은 전래들이 순응하고, 희생하고, 음지에서 빛을 발하는 여인상을 그렸다면 <재주 많은 처녀>는 다르다. 부모가 정해 준 혼처를 기다리는 다소곳한 딸이 아닌 자신의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로운 처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책은 세상을 보는 창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아무리 옛날이야기라고 해도 가족의 뒤편에 서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당연시 여겨지는 전래는 어쩐지 탐탁치 않다. 평생의 가치관과 관계 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래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반갑지 않은가.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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