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라는 독특한 문학적 형식으로 책을 쓰는 작가다. 그의 소설이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구현한 데 따른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은 <세컨드 핸드 타임>(이야기가있는집.2016)이 번역되어 나왔다.
이번 작품은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됐다.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 전후를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다양한 관점을 담아 1990년대를 증언한 기록이다. 특히 작가가 주목한 점은 1991년 옛 소련의 붕괴 이후 교체와 변화의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삶이다.
옛 소련의 붕괴 이후 갑자기 찾아온 자유 앞에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꿈꿨다. 하지만 부푼 희망은 물질주의, 신흥부호, 빈부 격차라는 착실한 과정을 밟았고 이내 기대는 상실감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해야 했다. 고통스러웠던 사회주의 이후도 몇몇 소수를 빼고 힘겨운 삶은 똑같았다.
책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대중 사이에서 소련에 대한 동경이 일렁인다. 젊은이들이 마르크스와 레닌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스탈린을 위대한 정치가로 꼽는다. 이뿐만 아니라 강제수용소 체험까지 관광상품으로 등장하는 등 소련시대의 모든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대를 ‘세컨드 핸드 시대’로 명명했다.
책은 이들 사회주의적 인간, 소비에트적 인간인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변화를 통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