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바보 겐주가 만든 아이들의 공원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바보 겐주가 만든 아이들의 공원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7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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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만든 숲> 미야자와 겐지 지음 | 김난주 옮김 | 이토 와타루 그림 | 담푸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일본에서 가장 사랑 받는 동화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그림책 <바보가 만든 숲>(담푸스. 2015)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 이기도 한다.

주인공 ‘겐주’는 늘 웃으면서 숲과 밭 사이를 걸어 다닌다. 비 내리는 푸른 숲을 보면 신이 나서 눈을 깜빡거린다. 하늘 멀리 날아가는 매를 보면 깡충깡충 뛰며 짝짝 손뼉을 친다. 사람들은 그런 겐주를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며 놀린다.

어느 날 겐주는 가족들에게 삼나무 묘목 칠백 개를 사 달라고 한다. 그리고 집 뒤편에 버려진 커다란 들판에 잡초를 뽑고 구멍을 파서 삼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겐주가 또 멍청한 짓을 한다고 놀려 댄다.

7년이 되고 8년이 되어 겐주는 가지치기를 해준다. 이제 삼나무 묘목은 쑥쑥 자라서 작은 숲이 된다. 그리고 숲은 아이들이 날마다 모여 신나게 노는 소중한 놀이터가 되었다. 전염병이 돌아 겐주가 죽었어도 아이들은 날마다 숲에 모인다. 겐주가 죽은 지 20년 후 교수가 되어 고향을 찾은 젊은 박사는 옛날 그대로 남아있는 겐주의 숲을 보게 된다.

“(...) 그 겐주라는 사람을, 우리는 조금 모자란다고 생각했어요. 언제나 하하하, 웃는 사람이었죠. 매일, 이 언저리에 서서 우리가 노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이 삼나무가 다 그 사람이 심은 것이라더군요. 아아, 누가 정말 현명한 사람인지 모르겠군요.” (33쪽)

그제야 사람들은 겐주를 이해하게 되고 ‘겐주의 숲’이라고 새긴 기념비를 세워 숲을 보존하게 된다.

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서명을 할 때 ‘미야자와 겐주’라고 쓰곤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이유로 작품 속 겐주는 미야자와 겐지 본인을 투영시킨 인물로 보기도 한다. 이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가 늘 말하던 “자연과 동물과 약자들 모두가 함께 공평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진정한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독특한 그림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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