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괴물, 환타지 이야기 `베오울프`
전설이 된 괴물, 환타지 이야기 `베오울프`
  • 북데일리
  • 승인 2007.12.1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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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고전 <베오울프>는 게르만 족의 민족 영웅인 베오울프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문학 작품이다. 문학사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상상력과 거대함으로 후일 여러 판타지 소설에 영향을 미쳤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판타지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다. 작품 전문을 외우고 다닐 정도로 <베오울프>의 광적인 팬이었던 톨킨은 베오울프와 그렌델의 관계를 그대로 본따 `반지의 제왕`의 인물 관계를 설정하는 등, <베오울프>의 여러 요소를 자신의 작품에 차용했다.

이 권위 있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낸 이가 바로 만화 <샌드맨>의 저자 닐 게이먼이다. 기발하고 중독성 있는 이야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닐 게이먼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만화와 문학, 영화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왔다. <베오울프>(아고라. 2007)는 그가 고전을 재해석해낸 새로운 야심작이다.

6세기 덴마크 왕국.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던 이 북구의 왕국은 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반면 괴물 그렌델은 유난히 귀가 예민하여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마침내 그렌델은 궁에 나타나 무수한 사람들을 죽이고 온 나라를 피로 물들인다.

그렌델의 저주를 받아 몰락해가는 덴마크를 도우러 온 영웅이 바로 베오울프. 북유럽 신화의 운명관에 따라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기를 꿈에도 소망하는 베오울프는 그렌델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반면, 아들의 죽기직전 괴로움을 목격한 그렌델의 엄마는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저주와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소설 속 베오울프는 강건하고 대담한 최강의 전사인 동시에, 영웅이 되고자 하는 허영심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겁함 또한 지닌 평범한 인간이다. 특히, 그는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어둠의 세력과의 결탁도 서슴지 않는다. 그로 인해 남은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아가지만, 운명은 그에게 죽음조차 쉽게 허락지 않는다.

작품에서 북유럽 신화와 기독교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점은 인상적이다. 작품 초반 신하들의 논쟁에서 이교로 등장하던 기독교는 30년 후 덴마크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새로운 종교가 된다. 북유럽 신화관은 옛것이 되고, 전통적인 겨울 축제는 예수의 생일에 밀려나 퇴색되어 간다. 기독교 신부 앞에서 내뱉는 베오울프의 비아냥거림에서 상실감과 함께 유일신의 허위성과 그 독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책을 통해 선악의 구분을 넘어선 존재의 무상함을 느끼고, 그 위에 살아 숨쉬는 욕망들이 삶을 이루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고대 괴물들이 죽기 전, 인간과 싸운 태초의 자연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맛보게 된다. 특히, 판타지 소설이 그려낸 허구가 결국 현실인 동시에 현실의 부재라는 것을 깨닫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사진 - 영화 베어울프 스틸컷)

[제갈지현 시민기자 gal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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