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유일한 시집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유일한 시집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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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어령 지음 | 열림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시를 썼습니다. 절대로 볼 수 없는, 그리고 보여서는 안 될 달의 이면 같은 자신의 일부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딱정벌레의 껍질 뒤에 숨어 있는 말랑말랑한 내 알몸을 드러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5쪽~6쪽)

50년간 문단생활을 해온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가 시집을 냈다. 신간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열림원. 2016)다. 그동안 그는 소설집과 산문집, 문화비평서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해왔다. 시집은 처음이다. 그는 시를 통해 사랑과 상실, 슬픔과 고독, 어머니와 하나님을 노래한다.

그가 대학 시절 학보에 투고한 시부터 가장 최근에 쓴 시까지 모두 70편을 묶었다.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집의 5부 ‘포도밭에서 일할 때’에는 성경에 나오는 이미지를 빌려 쓴 시와 신앙시가 다수 포함돼 있다. 표제 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의 일부는 이렇다.

“하나님 / 당신의 제단에 /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

그러나 하나님 /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 (중략)” (147쪽)

평생을 과학적 이성으로 무장하고 살아 왔던 이어령. 그는 2007년에 기독교에 귀의해 세례를 받았다. 그의 고백과 회한, 연륜과 감성이 묻어나는 시들을 볼 수 있어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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